‘자살 추정’ 제주 실종 여성, 국과수 결론은 ‘사인 불명’…31만건 다시 본다

박천웅 기자 | 기사입력 2026/08/31 [22:58]

‘자살 추정’ 제주 실종 여성, 국과수 결론은 ‘사인 불명’…31만건 다시 본다

박천웅 기자 | 입력 : 2026/08/31 [22:58]

▲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인권신문=경기·인천 취재본부 박천웅 기자]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허위로 종결된 뒤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의 정확한 사망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 발견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 부패로 사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장씨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시신 부패로 인해 사인 불명으로 확인됐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의 공식 감정 결과는 ‘사인은 부패로 인해 불명이나 의사(목맴)의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한 야자수 농장에서 장씨의 시신을 발견한 직후 타살 가능성이 낮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현장에서 장씨가 가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끈이 발견되면서 경찰은 목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 재연도 진행했다.

 

하지만 국과수 감정에서 사망 원인이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으면서 경찰의 초기 발표가 지나치게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경찰청은 홍 본부장이 이날 국과수 공식 감정 결과 가운데 명확하게 확인된 ‘부패로 인한 사인 불명’ 부분을 설명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과수 역시 목맴에 의한 사망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범죄 관련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장씨의 사망 원인뿐 아니라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제주에 입도한 뒤 사흘 뒤인 15일 실종 신고됐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34) 경장이 실제로 장씨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연락이 닿은 것처럼 관련 기록을 작성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부 경장은 장씨뿐 아니라 다른 60대 실종자의 사건도 당사자와 연락이 된 것처럼 허위로 처리해 종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부 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부 경장은 9월 1일 제주지검에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이 부 경장의 과거 실종사건 처리 내역을 확인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다.

 

부 경장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6개월 동안 모두 298건의 실종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63건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았거나 입력한 뒤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63건 모두가 허위로 종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실제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왔다.

 

제주경찰청은 경찰관 약 20명을 투입해 부 경장이 처리한 298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사실상 조사를 마친 상태다.

 

현재까지 부 경장 외에 추가로 형사 입건된 경찰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당시 관리자와 함께 출동했던 경찰관 등을 대상으로 지휘·감독과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찰을 이어가고 있다.

 

298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9월 1일 제주경찰청 브리핑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논란은 제주를 넘어 전국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 체계로 번졌다.

 

경찰청은 지난 24일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을 전수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가운데 실종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 등으로 안전을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한 ‘비대면 종결’ 사례를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약 1만5100건을 점검했으며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말까지 31만건에 대한 1차 점검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실종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도 강화한다.

 

앞으로 담당 수사관이 실종자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뿐 아니라 소방기관과 행정복지센터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실제 신변 안전을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하도록 할 방침이다.

 

실종사건 해제 과정에서 관리자의 확인과 책임을 강화하는 시스템 개선도 추진한다.

 

현장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도 손질 대상에 올랐다.

 

홍 본부장은 상당수 경찰서에 실종 전담팀이 구성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 명이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복수 근무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필요한 인력 규모를 분석한 뒤 관계부처와 충원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개선과 함께 강제수사 권한이 제한적인 성인 실종사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적 근거를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홍 본부장은 제주 사건 등을 언급하며 현장 담당자의 문제뿐 아니라 관리자의 지휘·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책임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권을 남용하거나 사건 처리를 소홀히 한 담당자와 지휘 책임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 경찰관의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으로 시작된 파장이 전국에서 종결된 31만건의 실종사건을 다시 확인하는 대규모 점검으로 번진 셈이다.

 

경찰이 9월 1일 공개할 298건 전수조사 결과에서 추가적인 부실 처리 사례가 확인될지, 장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규명할 수 있을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박천웅 기자 pcw8728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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