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유연서 기자]
프로축구 K리그2 화성FC를 이끄는 차두리 감독이 지난달 ‘K리그 이달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K리그1과 K리그2를 통틀어 매달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다.
화성FC가 공개한 수상 축하 영상에는 차 감독과 선수들의 관계가 고스란히 담겼다. 라커룸에 들어선 차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물 뿌리면 죽는다”고 농담 섞인 경고를 건넸지만, 곧바로 쏟아지는 얼음물을 웃으며 받아들였다.
이어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함께 뛰고 노래를 불렀다. 한 선수가 “이달의 감독은 누구”라고 외치자 선수들은 “차두리”라고 답했다. 차 감독이 “우리는 몇 연승”이라고 묻자 라커룸에는 “3연승”이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엄격한 위계보다는 신뢰와 친밀감으로 묶인 팀의 분위기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선수와 감독이 격의 없이 성과를 나누는 유럽식 라커룸 문화도 엿보였다.
화성FC는 지난해 K리그 25개 구단 가운데 운영비가 두 번째로 적었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차 감독의 축구는 뚜렷한 색깔을 내고 있다.
선수 시절 강한 체력과 돌파력으로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었던 차 감독은 화성에서도 많이 뛰고 거칠게 압박하는 축구를 구사한다. 전방에서 공을 빼앗은 뒤 빠르게 역습해 골문을 두드리는 이른바 ‘두리볼’이다.
경쟁 팀을 이끄는 이정효 수원 삼성 감독도 “차 감독이 화성을 잘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차 감독을 만나 다시 기회를 얻은 베테랑 공격수 김병오는 “유럽에서 경험한 축구를 전해주는 사실상 유럽 감독”이라고 말했다.
차 감독의 지도 철학은 어린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2020년 서울 오산고를 K리그 주니어 U18 우승으로 이끌 당시 선수들에게 “재미있게 하라. 모르면 물어보고, 안 되면 계속 시도하라. 지금은 실수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유명 축구인들이 방송과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차 감독은 피치 위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아들이자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멤버라는 화려한 이력을 지녔지만, 지도자로서는 낮은 곳부터 경험을 쌓았다.
유소년팀 감독과 국가대표팀 코치, 국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 위원을 거쳤고 독일에서 유럽축구연맹 A급 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했다.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이름은 차 감독에게 자부심인 동시에 평생 따라다닌 부담이었다. 현역 시절에도 그는 끊임없이 아버지와 비교됐다. 차범근 전 감독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도중 경질된 뒤 비판을 받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도 있다.
차 감독은 과거 자신의 축구 인생을 “후반 40분에 3-5로 뒤진 경기”에 비유했다. 아버지를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만 끝까지 따라붙어 4-5로 경기를 마치면 박수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다.
선수로서 차범근이라는 거대한 이름을 넘어서지 못했을지라도 감독으로서는 다른 길이 열려 있다. 선수 생활 동안 정상과 벤치, 1부리그와 2부리그를 모두 경험한 차 감독은 주전뿐 아니라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의 마음도 이해하는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감독 2년 차를 맞은 차두리의 화성FC는 현재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바라보는 6위에 올라 있다. 차범근의 아들이 아닌 ‘감독 차두리’의 축구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유연서 기자 ausl13@sehan.ac.kr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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