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경기·인천 취재본부 박천웅 기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현행법상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이 허용되는 만큼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용 후보자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의원직 유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비례의원에 대해서만 다른 원칙과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할 때 의원직을 내려놓아 온 관행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용 후보자는 “비례의원직 사퇴라는 관례가 정치인들 사이에 자리 나눠 먹기로 생각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은 사퇴할 경우 재·보궐선거 없이 다음 순번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할 수 있어 입각 시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치권의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실제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전국구 의원이던 김한길 전 의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된 뒤 의원직을 사퇴했고, 2009년 행정안전부 장관에 내정된 한나라당 비례대표 이달곤 전 의원도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2015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새누리당 강은희 전 의원 역시 당초 의원직을 유지하려 했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이 기존 사례와 다른 점으로 ‘연합 정치’를 들었다.
그는 “야당 현역 국회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 자체가 김대중 정부의 DJP 연합 이후 첫 사례”라며 “야당 현역 의원을 지명한 연합의 취지도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용 후보자는 자신이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도 의원직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에서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된다. 용 후보자는 2024년 총선 당시 범진보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됐다. 용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다음 순번 후보가 의석을 승계하게 된다.
용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 방침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 4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경우 의원직에서 퇴직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후순위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하도록 해 비례대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막겠다는 내용이다.
용 후보자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배·동료 의원들과 평론가, 기자들이 제가 욕심이 많다고 비판하는 것을 새겨들었다”면서도 정작 자신이 성평등가족부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기본소득당이 용 후보자와 배우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가족정당’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용 후보자는 이를 “모욕”이라고 규정하며 작은 정당의 현실을 비아냥거리는 억측이 이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용 후보자의 배우자 박기홍 씨는 기본소득당 창당 초기 주요 당직을 맡았고 최근에는 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기본소득당이 용 후보자 부부를 중심으로 운영돼왔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기본소득당과 박 최고위원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용 후보자는 배우자가 창당 직후 당직을 맡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당시 신생 정당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면서 배우자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비판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 후보자는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과제인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남편이 배우자를 이유로 일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걸맞은 요구냐”고 반문했다.
결국 용 후보자의 인사청문 과정에서는 성평등 정책에 대한 검증과 함께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법적으로 허용된 겸직을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관행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용 후보자 측 주장과, 후순위 승계가 가능한 비례대표가 장관직까지 겸하는 것은 의정활동 공백과 특혜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박천웅 기자 pcw8728900@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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