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빚 갚으려 동료·지인까지 속였다…군인 대민 사기 5년 새 급증

강재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8/31 [21:22]

도박빚 갚으려 동료·지인까지 속였다…군인 대민 사기 5년 새 급증

강재현 기자 | 입력 : 2026/08/31 [21:22]

▲ 한국인권신문DB

 

[한국인권신문=강재현 기자]

 

군 복무 중이던 한 병사는 2024년 7월 생활관에서 중·고교 동창에게 SNS 메시지를 보냈다. “군대 선임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며 130만원을 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지어낸 말이었다.

 

이후에도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동창과 훈련소 동기에게 계속 돈을 빌렸다. 지난해 2월까지 약 7개월 동안 182차례에 걸쳐 받아낸 돈은 약 8000만원에 달했다.

 

일반병으로 입대해 국방대 근무지원대 소속으로 복무하던 이 병사는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군 장병이 도박이나 투자 등으로 생긴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지인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사기·공갈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군인의 대민 범죄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교통 범죄를 올해 처음으로 사기·공갈이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방부 등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군검찰에 대민 범죄 혐의로 접수된 군인과 군무원은 총 8112명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평균 약 4명이다.

 

특히 사기·공갈 범죄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1년 군검찰에 접수된 대민 범죄 가운데 사기·공갈 혐의자는 119명으로 전체의 7.9%였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191명이 접수돼 전체 대민 범죄의 30.2%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사기·공갈 혐의자 수만 놓고 봐도 2021년 한 해 전체보다 약 60% 많다.

 

범죄 유형별 순위도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사기·공갈 범죄 비중은 30.2%로 폭력 범죄(3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교통 범죄는 24.1%로 뒤를 이었다.

 

2021년 이후 사기·공갈 범죄가 교통 범죄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병사 비중이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사기·공갈 혐의로 접수된 군인과 군무원은 모두 1442명이다. 이 가운데 병사가 876명으로 60.7%를 차지했다.

 

전체 대민 범죄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같은 기간 장교와 준·부사관 등 간부가 4450명으로 병사 3095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범위를 사기·공갈로 좁히면 병사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범죄 사례에서는 도박으로 발생한 채무가 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확인됐다.

 

오는 11월 전역을 앞둔 한 육군 상병은 스포츠 도박으로 돈을 잃은 뒤 가족의 수술비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돈을 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군 동기와 민간인 지인 등 약 20명으로부터 5000만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잇따라 고소됐다.

 

군 복무 중 중고거래 사기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함께 저지른 사례도 있었다.

 

육군 5사단에서 복무한 한 병사는 생활관에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휴대전화를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올렸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 4명에게서 약 285만원을 받아 챙겼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이 병사가 휴대전화로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1160여 차례에 걸쳐 도박 계좌로 송금한 금액은 7억원이 넘었다. 수원지법은 지난 4월 이 병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확대되면서 군부대 안에서도 온라인 도박이나 투자, 중고거래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점을 경제 범죄 증가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군검사 출신 이진채 변호사는 군인들이 도박이나 가상자산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과 채무를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메우려다 사기 범죄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군형법 전문 변경식 변호사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된 이후 민간인을 상대로 한 경제 범죄와 관련한 상담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 확대 자체가 사기·공갈 범죄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휴대전화는 장병의 외부 소통과 복지 향상 등의 목적으로 사용이 확대됐으며, 범죄 증가에는 온라인 도박 접근성이나 가상자산 투자 확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의 대민 경제범죄가 늘면서 예방 교육과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현역 장병의 사기·공갈 범죄가 군 기강뿐 아니라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휴대전화 이용 수칙을 보완하고 법규 준수와 군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 장병의 휴대전화 사용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군 내부의 범죄 예방 체계 역시 변화한 환경에 맞춰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온라인 도박이 채무와 사기 등 2차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강재현기자 yunjoha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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