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강재현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가 잇따른 평가 논란과 사업 개편 가능성으로 흔들리고 있다.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참여한 서바이벌 방식에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쟁까지 이어지면서다. 정부는 독파모를 중단하지 않고 3차 평가까지 계획대로 마무리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9일 밤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독파모는 계속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독파모는 계속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동시에 프론티어 AI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론티어 AI’ 개발을 별도로 추진하면서 기존 독파모 사업이 축소되거나 통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독파모 3차 평가 진행 여부를 포함한 사업 전반을 정부가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참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배 부총리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제조·금융·의료·공공서비스와 피지컬 AI 등 산업 현장에서는 비용과 속도, 보안, 전문성을 고려한 AI가 필요하다며 독파모를 계속 추진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독파모와 프론티어 AI의 역할도 구분했다. 독파모를 산업과 사회 곳곳에서 실제 활용되는 국산 AI를 만드는 축으로, 프론티어 AI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는 축으로 각각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탈락할 때마다 시끌…‘서바이벌 독파모’
독파모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국내 주요 AI 기업들이 단계별 평가를 받고 일부 팀이 탈락하는 경쟁 방식이 관심을 모았다. 평가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탈락 기업의 기술력과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뒤따랐다.
2차 단계평가에서는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다음 단계에 진출했고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탈락했다. 모티프는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고 과기정통부는 이후 참여 기업들의 동의를 받아 세부 평가점수를 공개했다.
당시 종합점수는 SK텔레콤이 70.6점으로 가장 높았고 업스테이지 69.9점, LG AI연구원 69.0점, 모티프 65.8점 순이었다.
모티프의 탈락을 둘러싸고서는 글로벌 AI 벤치마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모델이 정부 평가에서는 탈락했다는 점이 논쟁거리가 됐다. 다만 정부의 단계평가는 단일 글로벌 벤치마크만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라 벤치마크와 전문가 평가, 사용자 평가 등을 종합하는 방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평가 목표가 빠르게 달라지는 점도 부담으로 꼽는다.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축이 단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언어 능력에서 추론과 AI 에이전트, 산업 활용, 프론티어 모델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서다.
AI 기술 변화에 맞춰 평가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정부 측 필요성과, 짧은 기간 안에 새로운 목표에 맞는 모델을 반복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충돌하는 셈이다.
배경훈 “누구 탈락시킬지보다 가능성 키워야”
정부 역시 기존의 경쟁 중심 지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배 부총리는 독파모 사업을 처음 설계할 당시에는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부족해 한정된 자원을 경쟁을 통해 소수 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의 GPU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지원 방식을 달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누구를 탈락시킬 것인가”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도 컴퓨팅 자원과 성장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독파모 3차 평가는 예정대로 마무리한다.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 등 3개 팀 가운데 최종 2개 팀을 선정하는 절차다. 정부는 최종 결과를 내년 초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최종 선정 이후에도 현재와 동일한 지원 방식을 유지할지는 재검토하고 있다.
독파모와 프론티어 AI ‘두 축’으로
관심은 독파모 이후 정부가 추진할 프론티어 AI와의 관계에 쏠린다.
배 부총리는 두 사업을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프론티어 AI에는 기업 규모나 이름보다 기술력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 대학과 연구진의 역량을 결집해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델 개발에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독파모는 단순히 벤치마크 점수를 높이는 경쟁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에서 실제 선택받는 AI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해외 오픈웨이트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내 산업과 공공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체 AI 생태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두 사업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하고 참여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다. 독파모의 단계별 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진 만큼 향후 3차 평가 기준과 최종 선정 이후의 지원 방식, 프론티어 AI와의 관계를 정부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할지가 다음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강재현기자 yunjohara@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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