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 오애경 기자 ]
“좋아서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음악이었지만, 돌아보니 음악이 곧 윤항기의 삶이 됐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의 1세대 싱어송라이터이자 그룹사운드 시대를 연 가수 윤항기(84)를 위한 헌정공연이 열린다.
후배 가수들이 그의 음악 인생을 기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윤항기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예술사관실용전문학교에서 열린 헌정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며 “황혼의 마지막 들녘에서 여러분 덕에 정말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수 윤복희의 오빠인 윤항기는 1959년 작곡가 김희갑이 악단장으로 있던 공연팀 ‘에이원쇼’를 통해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에는 음악의 기초를 배우기 위해 해병대 군악대에 지원했다.
윤항기는 “동생도 저도 누구에게 배운 것 하나 없이 부모가 물려주신 재능으로 연기도 노래도 곧잘 했다”며 “이른 나이에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게 음악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64년에는 한국 그룹사운드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보이스’를 결성했다. ‘한국의 비틀스’를 표방한 키보이스에서 윤항기는 드럼을 맡았고 차중락, 차도균, 옥성빈 등과 함께 활동했다. 이들이 발표한 ‘그녀의 입술은 달콤해’는 국내 초기 그룹사운드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꼽힌다.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윤항기는 당시 제대로 된 악기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196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그룹이 없었다”며 “1964년 필리핀 밴드 선스팟의 공연을 우연히 보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드럼을 살 형편도 되지 않았다. 윤항기는 고물상에서 벤조와 바라를 구해 세숫대야 받침대에 용접한 뒤 직접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1964년 비틀스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밴드 붐이 일었고 우리도 함께 그 흐름을 탔다”며 “그 당시에는 우리가 BTS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윤항기는 이후 ‘윤항기와 키브라더스’를 거쳐 솔로 가수로 활동하며 ‘장미빛 스카프’, ‘별이 빛나는 밤에’, ‘나는 어떡하라구’, ‘나는 행복합니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동생 윤복희가 불러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여러분’ 역시 윤항기가 작사·작곡한 곡이다.
1986년 ‘웰컴 투 코리아’를 발표한 뒤에는 무대를 떠나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28년 동안 목회 활동을 이어간 그는 2014년 은퇴한 뒤 데뷔 55주년 기념 골든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의 이름은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이지만 윤항기의 실제 데뷔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는 67주년에 해당한다. 공연 준비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나면서 시점에 차이가 생겼다.
윤항기는 “조항조, 유현상, 최백호 세 사람이 처음 헌정공연을 제안한 게 2년 전이었다”며 “2년을 기다렸다가 70주년 행사를 하면 어떨까 싶기도 했지만 ‘우리 나이에 내년이 어디 있나’라는 생각에 올해 공연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윤항기는 그동안 1943년생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출생 연도는 1942년이라고 밝혀 올해 84세다.
기자간담회에는 후배 가수 조항조와 유현상도 함께했다.
조항조는 “윤항기 선배님이 활동할 때는 아무런 기반도 없어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였다”며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열어준 선배님의 무대에 함께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유현상은 윤항기를 “음악인을 떠나 하나의 역사”라고 표현하며 “이번 공연이 잘돼 70주년 헌정공연도 열었으면 한다”고 했다.
헌정공연은 오는 10월 2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맥홀에서 열린다.
윤항기를 비롯해 서유석, 장미화, 최백호, 김수희, 조항조, 유현상, 전영록, 인순이, 최희선, 소찬휘 등 여러 세대의 가수와 음악인이 무대에 오른다. 후배들은 윤항기의 노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각자의 대표곡도 들려줄 예정이다.
최백호가 윤항기를 위해 만든 헌정곡 ‘이 나이에도’도 이날 처음 공개된다.
평생 자신의 노래로 관객 앞에 섰던 윤항기는 이번만큼은 무대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관객이 된다.
윤항기는 “지금까지 제가 저 자신을 위해 공연했다면 이번에는 후배들이 저에게 선물해주는 공연”이라며 “저도 함께 객석에 앉아 즐길 예정이다. 어느 공연보다 편안하고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애경 기자 dongkyung24@gmail.com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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