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강재현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토론회를 공동 주최해 역사 왜곡·폄훼 논란을 빚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이진숙 제명 촉구 결의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쳐 재석 의원 159명 가운데 찬성 157표, 반대 1표, 무효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는 결의안 처리에 반발해 안건이 상정된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다만 조경태·김형동·김예지·우재준·한지아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5명은 본회의장에 남아 표결에 참여했다.
앞서 결의안은 지난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당시 범여권 의원 17명이 모두 찬성했고 국민의힘 소속 운영위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이 공동 주최한 5·18 관련 토론회와 이후 대응을 문제 삼으며 의원직 제명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이 5·18을 폄훼하는 자리를 만들어 놓고 학술적 재조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의안 처리에서 그치지 않고 후속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향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실제 징계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날 통과된 결의안은 이 의원을 곧바로 의원직에서 제명하는 징계안은 아니다. 이 의원에 대한 실제 제명이 이뤄지려면 별도의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헌법상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의석 구도를 고려하면 실제 제명까지 이뤄지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 일부의 동참도 필요하다.
이 의원은 결의안 처리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제명 촉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본회의장을 나온 뒤 취재진과 만나 다수당과 대통령에게 밉보이면 사실상 국회의원을 탄핵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민주당 독재'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의 취지는 표현의 자유와 5·18 유공자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기존 입장도 재차 밝혔다.
이 의원은 결의안 통과 이후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5·18 성역화가 민주당 주도로 오늘 공식화됐다"고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과거 국회에서는 2006년 성추행 파문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연희 의원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이 처리된 사례가 있다. 1979년 유신정권 당시에는 김영삼 신민당 총재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특정 국회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것은 처음이다.
제명 촉구안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했지만 이날 본회의에서는 상당수 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국회는 이날 법률안 34건과 기타 안건 2건 등 모두 36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오는 10월 2일 출범 예정인 중대범죄수사청의 청장을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하는 국회법 및 인사청문회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에 따라 중수청장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된다. 국회가 법정기간 안에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대통령 등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의힘은 중수청 설치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 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향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중수청 출범이 예정된 상황에서 청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는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법안 처리에는 동의했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연계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히고 표결에 참여했다. 개정안은 재석 227명 가운데 찬성 152명, 반대 74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안도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국민의 삶과 지역경제를 지키기 위한 홈플러스 정상화 상생협력 촉구 결의안'에는 홈플러스 측이 책임 있는 회생계획안을 마련·집행하고 채권단이 회생계획안 처리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납품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상생 협력도 촉구했다.
5·18을 둘러싼 이 의원 제명 문제에서는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였지만 민생·제도 개선 법안을 놓고서는 상당 부분 합의를 이어간 셈이다. 이 의원에 대한 실제 징계 추진이 본격화할 경우 여야의 충돌은 다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재현기자 yunjohara@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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