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원자력 협정 체결…중동 핵확산 우려 커진다

박천웅 기자 | 기사입력 2026/07/24 [12:35]

미국·사우디 원자력 협정 체결…중동 핵확산 우려 커진다

박천웅 기자 | 입력 : 2026/07/24 [12:35]

▲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인권신문=강재현 기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중동의 핵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란과 주변국의 핵 개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는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원자력 협정과 양자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번 협정이 높은 수준의 핵 안전과 안보, 핵 비확산 기준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핵확산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향후 2년간 공동 연구를 통해 사업 타당성을 검증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사우디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열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한 사례는 일본과 일부 유럽 국가 등 기존에 관련 기술을 보유했거나 핵연료 주기 기술을 확보한 국가에 한정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번 협정을 통해 사우디를 자국 중심의 안보 질서에 더욱 밀착시키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디가 최근 중국의 원전 기술 도입을 검토하며 미국을 압박하자, 장기적인 원전 건설과 기술 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를 강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정이 사실상 동력을 잃은 '아브라함 협정'을 대신해 사우디와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카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왔지만 가자지구 전쟁과 미·이란 갈등 심화로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 협정은 미국과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인 이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는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경쟁국인 사우디에는 관련 권한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추진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 각국의 핵 개발 경쟁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란은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튀르키예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향후 유사한 권한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UAE는 2009년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에서 자체 핵연료 생산을 포기하는 대신 원전 협력을 추진했는데, 경쟁국인 사우디가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면서 협정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헨리 소콜스키 전 미국 국방부 핵정책 담당관은 "이란의 핵 개발 이후 사우디에 핵연료 생산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불로 불을 끄려는 것과 같다"며 "중동 전역에서 핵확산의 연쇄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재현기자 yunjoha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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