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조선영 기자]
학교 현장에서 정서·행동 문제를 겪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교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직 교사 절반 이상은 최근 들어 수업 방해와 교권 침해가 이전보다 증가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은 최근 한국교원교육학회에 ‘정서·행동 위기 학생 지원의 사각지대 발생 구조와 개선 방안’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는 서울 지역 초·중·고 교사 24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6%는 최근 1년 사이 정서·행동 위기 학생으로 인한 수업 방해나 교권 침해가 늘었다고 답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교사가 58.6%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 54.0%, 고등학교 42.8% 순이었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은 감정 조절이나 행동 문제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의미한다. 수업 중 자리를 이탈하거나 친구와 갈등을 반복하고, 교사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 지역의 한 초등교사는 “예전보다 이런 학생이 확실히 늘어난 분위기”라며 “교실마다 1~2명 정도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심각한 경우 담임교사의 소진도 매우 크다”고 전했다.
관련 통계에서도 증가 흐름이 확인된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진단받은 학생 수는 2024년 기준 전국 27만 명 수준으로, 8년 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와 실제 현장 체감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조사에서 초등교사의 56.3%는 검사 결과와 실제 위기 학생 규모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사상 ‘정상 범주’로 분류됐더라도 학교생활에서는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또 교사들은 상당수 학생이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판단했다. 위기 학생 가운데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10% 이상이라고 응답한 교사도 적지 않았다.
연구진은 현재의 선별 체계가 위기 신호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데이터 기반 검사보다 교사의 일상적인 관찰이 학생 변화를 더 민감하게 감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교사가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보호자 동의가 없으면 상담이나 치료 연계가 쉽지 않은 현실도 한계로 꼽혔다. 설문에서는 초등교사의 90% 이상이 ‘보호자 비협조’를 지원 공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연구진은 “학부모의 낙인 우려와 제한적인 개입 제도가 맞물리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학생 안전과 교육 환경을 고려한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선영 기자 ghfhd362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