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결박한 채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80대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죄명을 상해치사로 변경했다.
21일 서울고등법원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정승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심모(81)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자녀와 신도 등 공범 6명에 대해서도 살인 및 방조 혐의 대신 상해치사 방조를 적용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 악화를 보며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는 있었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전 과정이 CCTV에 촬영됐고, 피고인들이 이를 은폐하려는 조직적 시도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사후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119에 신고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해 인천 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했다. 심씨 일행은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철제 구조물에 결박한 뒤 약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결국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소개되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서 1심은 “범행 수법이 극히 잔혹하고 죄질이 중대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고의성 입증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을 달리했다.
유족이 제출한 처벌불원서 역시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유족이 피고인 측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상태였다고 보고 이를 감형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항소심은 전체 정황과 법리 판단을 종합해 형량을 다시 정했다.
잔혹한 범행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를 인정하면서, 고의성 판단 기준과 양형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연서 기자 ausl13@seh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