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경기·인천 취재본부 박천웅 기자]
사업 실패와 형사 책임의 경계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최근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생한 형사 사건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호출한다. 1심 법원은 사업의 미실현과 투자금 손실이라는 결과를 중심으로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 판단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형사책임의 판단이 결과에 의해 역추론되는 방식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사기죄의 핵심은 일관되게 ‘기망의 고의’에 있다. 즉, 투자금을 수령할 당시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다. 문제는 이 고의를 직접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 결과 수사와 재판은 정황을 통해 의도를 추정하는 구조를 취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불가피하다. 다만 그 추정의 중심이 ‘결과’로 기울어질 때, 법리는 급격히 단순화된다. “사업이 실패했다 → 애초에 속였을 것이다”라는 도식이다.
이 도식은 실제 사업의 작동 방식과 충돌한다. 기업 활동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 특히 공연·교육·콘텐츠 산업처럼 외부 변수에 민감한 영역에서는 예측의 오차가 구조적으로 내재한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정상적 충격은 그 오차를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이때 발생한 실패를 곧바로 형사적 기망으로 환원한다면, 법은 위험을 관리하기보다 사후적으로 처벌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따라서 판단의 기준은 ‘결과’가 아니라 ‘구조’에 놓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핵심적인 판단 지표가 될 수 있다.
첫째, 위험 인식과 고지의 수준이다. 사업자는 실패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위험을 투자자에게 어떻게 전달했는지가 중요하다. 합리적 범위의 낙관과 고의적 은폐는 구별되어야 한다.
둘째, 표현의 진실성이다. 제시된 사업 계획이나 수익 전망이 단순한 예측인지, 아니면 실현 가능성을 현저히 벗어난 확정적 약속이었는지에 따라 기망의 성격은 달라진다.
셋째, 자금 사용의 적정성이다. 투자금이 약정된 목적 범위 내에서 사업 수행에 사용되었는지, 아니면 개인적 이익이나 본래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전용되었는지가 핵심이다.
넷째, 사후 행태의 일관성이다. 사업이 어려워진 이후에도 지속 의지와 회복 시도가 있었는지, 혹은 책임 회피와 은폐가 뒤따랐는지 역시 의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비로소 ‘기망의 고의’에 접근할 수 있다. 반대로 이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 중심으로 판단할 경우, 형사책임은 사실상 실패에 대한 사후적 평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물론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구조에서 허위·과장 정보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보호가 곧바로 형사 처벌로 연결될 때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형법은 최후수단이어야 하며, 모든 실패를 포섭하는 일반적 통제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유무죄 판단을 넘어선다. 우리 사회가 ‘위험을 감수하는 활동’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예측 가능한 기준이 없다면 투자와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면 투자자 보호는 공허해진다. 이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결론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사업의 실패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실패를 범죄로 전환하는 기준만큼은 더 이상 불확실해서는 안 된다.
박천웅 기자 pcw8728900@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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