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박천웅 기자]
층간소음이 아파트 세대 갈등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층간소음에 따른 이웃 간 다툼 뿐 아니라 폭행,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며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세대 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려오는 옆집 소음으로 과도한 스트레스, 신경쇠약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모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 다툼이 발생해 태아가 유산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아래층에 거주하는 A씨가 층간소음이 심각하다며 윗집을 찾아가 B씨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또 30㎝ 길이 고무망치로 현관문을 내리치는 등 위협 행위를 보였다. 이에 B씨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쌍둥이를 임신 중인 B씨 아내는 한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상담 건수는 지난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6,596건으로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4만393건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층간소음 사례의 증가 이유가 무엇일까?
일부 사람들은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의 성격적 특징을 층간소음 원인으로 꼽는다. 바쁜 스케줄에 쫓기는 직장인, 학업에 몰두하는 학생들,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주부들의 경우 자그마한 소리에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층간소음 발생 시 더욱 쉽게 분노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아파트, 빌라 등 공동 주거 공간 특성 상 층간소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입주민 간 매너가 해결의 열쇠라는 입장이다. 즉, 윗집은 조심스럽게 생활하고 아랫집은 윗집 사정을 이해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층간소음은 건물의 슬래브 및 완충재강도, 천정·벽과의 문제, 시공사의 정밀시공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 아파트의 경량 충격음은 전 세대가 최소 성능 기준을 만족하고 있었다. 반면 중량 충격음 최소 성능 기준 미달률은 72%에 달했다. 즉 72%가 주택법 및 건설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다수의 측정업체 및 건설 기업의 모호한 측정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준공 승인을 위해 경량 충격음, 중량 충격음 측정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 충격음 측정 방식을 벵머신 방식에서 임팩트볼 방식으로 변경해 시행 중이다. 벵머신 방식은 7.3kg의 타이어를 0.85m 높이에서 자동으로 들어 올려 타격하는 원리다. 임팩트볼 방식은 2.5kg의 고무공을 1m 높이에서 수동으로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문제는 임팩트볼의 측정 방식이 벵머신 방식보다 소음이 낮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현행 벵머신 측정법을 반영하면 대부분의 공공주택들이 최소 성능 기준 미달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층간소음 측정의 객관적 수치를 확보하기 위해 두 방식을 모두 강화·적용해 기준을 삼을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재건축조합, 감리 입장에서 층간소음 부실시공 사실을 파악해도 준공 승인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시공사에 재시공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층간소음 성능 측정이 준공 전 이뤄지며 중량 충격음 성능은 슬래브 등과 연계되어 현실적으로 재시공이 불가능하다.
현행법 상 최소 성능 기준 미달 및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시공사는 인증 받은 바닥 충격음 인증 제품을 사용했다고 항변하면 끝이다. 아울러 발주처(조합) 도면에 의한 시공을 했기 때문에 최소 성능 기준 미달 책임이 없다고 하면 된다.
따라서 현장설명회 또는 계약 시 도면 등을 활용해 세부적 사항을 명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시공사에 정밀 시공 및 성능 향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즉, 선제적 사후 성능 확인 제도를 통해 준공 승인 전 층간소음 부실시공 사례를 차단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박천웅 기자 pcw8728900@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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