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만든 콘텐츠의 표시·유통 체계가 정비되고 온라인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이 추진된다. 방송과 온라인·플랫폼의 경계가 흐려진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미디어법’ 제정도 추진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39차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미디어 기본사회’를 제1기 비전으로 정하고 4대 목표와 12개 정책과제를 담은 주요 시책을 의결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방미통위가 중장기 정책 방향을 담은 비전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4월 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핵심은 기존의 방송과 통신이라는 분야별 정책 구분에서 벗어나 국민의 미디어 이용·참여·선택권을 중심으로 정책 체계를 재편하는 것이다.
방미통위가 제시한 4대 목표는 ‘누구나 누리는 보편적 접근 강화’, ‘국민 주도의 능동적 참여 확대’, ‘안전·신뢰 기반의 자율적 선택 보장’, ‘혁신·상생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이다.
AI와 플랫폼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면서 관련 제도도 손본다. 방미통위는 방송 프로그램의 연계편성과 온라인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AI 생성 콘텐츠에 대해서도 표시와 유통·관리 체계를 정비한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실제 영상이나 음성과 구분하기 어려운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용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딥페이크 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위험에 대한 대응 체계도 강화한다. 이용자 권리와 피해구제 제도를 보완하고 ‘투명성센터’를 설립해 민간 중심의 팩트체크 자율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
개인정보와 이용자 보호 체계도 손본다. 한번 유출되면 변경하기 어려운 기존 연계정보(CI)를 갱신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위치정보의 유출이나 오남용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
장애인과 고령층 등의 미디어·AI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공동체 미디어도 활성화한다. 재난정보와 국민적 관심이 높은 행사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도 강화한다.
국민이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작하고 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AI·미디어 역량 교육을 확대한다. 지역에서도 미디어 교육과 제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청자미디어센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미디어 산업의 규제 체계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방미통위는 전통적인 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간 경계가 희미해진 현실을 반영해 통합미디어법 제정을 추진한다.
방송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비롯해 유료방송과 편성, 홈쇼핑 관련 제도도 개선한다.
산업 지원도 병행한다.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유통 혁신을 지원하고 국내 OTT 사업자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지역·중소·영세 방송사의 디지털·AI 전환을 지원하는 한편 광고·협찬과 방송미디어 분야의 재원·수익 구조 개선도 추진한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비전이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나왔다.
최수영 위원은 “방송미디어 업계가 성장보다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규제 혁신과 산업 지원 정책을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오늘의 비전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번 제1기 비전을 바탕으로 국민의 미디어 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세부 과제들을 체감 가능한 정책으로 구현해 ‘국민과 함께하는 미디어 기본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미통위가 출범 1년 만에 첫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12개 정책과제가 실제 법·제도 개편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천웅 기자 pcw8728900@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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