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국가 보호받아도 지원금은 달랐다…국감서 드러난 청소년 자립지원 격차

박천웅 기자 | 기사입력 2026/10/28 [20:43]

같은 국가 보호받아도 지원금은 달랐다…국감서 드러난 청소년 자립지원 격차

박천웅 기자 | 입력 : 2026/10/28 [20:43]

▲ 사진 = 국회방송 갈무리

 

[한국인권신문=경기·인천 취재본부 박천웅 기자]

 

가정폭력과 학대 등으로 가족과 분리돼 국가의 보호를 받은 청소년들이 어느 부처 소속 시설에서 생활했느냐에 따라 자립지원에 차이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명칭이 청소년에게 책임을 돌리는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28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윤서 브릿지유스 대표는 청소년복지시설 퇴소자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제도적 차별을 증언했다. 브릿지유스는 청소년복지시설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이 만든 단체다.

 

정 대표는 가정폭력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가족과 분리된 뒤 성평등가족부 소관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이 가장 중요했지만, 시설을 나온 뒤에는 어느 부처의 보호를 받았는지가 자립지원 수준을 결정하는 차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전은수 의원이 시설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 묻자 “당시 저에겐 선택권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생계비와 대학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연 16%의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물류센터와 볼링장 등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학업을 병행해야 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정 대표는 “청년들에게 미래를 준비하라고 하지만 성평등가족부 시설 청년에겐 목돈과 생계비 지원이 없어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기 바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자립지원 체계가 서로 달라 발생하는 격차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보건복지부 소관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받다가 독립하는 청년들은 '자립준비청년'으로 분류된다. 반면 성평등가족부 소관 청소년쉼터 등에서 생활한 청소년들은 별도의 지원체계를 적용받는다.

 

정 대표는 복지부 소관 시설 출신 자립준비청년에게 지역에 따라 1000만~2000만원의 자립정착금이 지원되는 반면, 성평등가족부 소관 시설 출신 청년들은 지난해 기준 4개 시도에서만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500만~1200만원을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거주 지역에 따라서는 자립정착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디딤씨앗통장 등에서도 시설 유형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청소년쉼터 등에서 2년 이상 보호받아 자립지원수당 지급 요건을 충족한 청년부터 복지부의 자립준비청년 지원체계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소년을 지칭하는 용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전 의원이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명칭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 대표는 당사자들이 해당 표현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왜 보호가 필요했는지보다 왜 집을 나왔는지를 먼저 물어서”라며, 가정폭력이나 학대로 보호가 필요했던 상황이 단순히 집을 떠난 개인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폭력과 학대, 방임 등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았다는 점에서 청소년쉼터 퇴소자와 자립준비청년의 경험에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들을 구분하기보다 같은 자립지원 대상자로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도 용어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원 장관은 '가정 밖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표현에 대해 “마치 본인에게 어떤 책임을 지우는 낙인성 용어”라며 다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재 성평등가족위원장 역시 편견이 담긴 용어를 당사자에게 힘이 되는 표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청소년의 자립 기회에 차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전 의원은 자립지원 격차 해소와 부처 간 지원체계 연계,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을 주문하며 “부처별 칸막이가 아름다운 존재의 삶을 결정짓지 않도록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도 관련 예산을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지원 업무의 부처 이관까지 검토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원 장관은 그동안 관련 협의가 있었지만 충분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부처 중심이 아니라 청소년 중심으로 업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비슷하더라도 소관 부처와 시설 유형에 따라 자립지원 수준이 달라지는 문제가 드러났다. 지원체계의 차이를 줄이고 당사자에게 낙인이 될 수 있는 명칭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 논의의 과제로 남았다.

 

박천웅 기자 pcw8728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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