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망하면 누가 좋아할까?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라면 누구나 삼성 특히 삼성전자를 꼽는다. 세계 최고를 여럿 했거나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전문가들이나 삼성전자 주변 사람들은 ‘옛날의 삼성이 아니다’라며 ‘삼성이 진짜 위기다’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삼성, 그러니까 과감한 투자와 초격차 기술력, 빈틈없는 관리로 대표되는 삼성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대표적 사례로 HBM을 꼽는다. 삼성전자 노조에 의하면 ‘직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HBM 개발 강화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기남 전 부회장이 아직 안 해도 된다면서, 오히려 HBM을 축소시켜버렸다, 그게 화근이 됐다’고 주장한다. 즉 새로 부상한 AI(인공지능) 산업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 뒤처지면서, 30년간 1위를 지켜온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말이다. 삼성이 처음부터 HBM에 뒤처져 있던 건 아니다. 2세대(HMB2)와 3세대(HBM2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게 삼성전자다. 그런데 2019년 돌연 HBM 연구개발팀을 대폭 축소했다. 당시는 AI 시장이 이렇게 급팽창할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삼성전자라면 달랐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앞서가던 삼성이 추격자로 전락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의 TSMC에 추월당해, 이젠 비교조차 안된다. 늘 앞서가며 미래를 준비하던 삼성이 돌연 바뀐 것이다. 2017년 미국 음향기업 하만 인수 이후 벌써 7년째 인수합병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잘나가던 삼성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재용 회장의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지적한다. 당장 교도소에 가게 생겼거나 교도소에 갇혀 있는데, 미래를 논하기 어려운 게 사람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즉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다 보니, 법률통들이 주요 의사 결정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되고 보수적 판단이 앞서게 된다고 한다. 실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인수합병이 없던 기간 그리고 2019년 HBM 연구개발 축소 시기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기간과 겹치는 게 우연일까?
대한민국 국민들 누구나 알고 있듯, 삼성전자를 위시한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우리 경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삼성은 재벌의 상징으로 표적이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대기업이든, 탈탈 털어서 문제 없이 기업을 승계한 경우가 있을까? 이재용 회장이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 삼성전자 노조에서 회장을 풀어달라는 성명이라도 한번 낸 적이 있었나? 이재용 회장을 교도소에 보내야만 정의 구현이고, 그러면 모두가 즐거운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삼성이 망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이 누굴까?”
이재용 회장은 한번 교도소에 갔다 왔지만 또 다른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그 많은 상속세도 부담하고 있다. 일부에선 흔히 재벌기업 구조 개편을 얘기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속성 상 오너가 사라졌을 때 그 기업이 잘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오히려 ‘주인 없는 기업’이 되어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필자는 욕을 먹더라도, ‘국가 경제와 국민을 위해서’라도 이젠 이 회장을 그만 놓아주자고 말하고 싶다.
<한국인군신문 편집국장 배재탁 ybjy0906@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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