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시대 과학은 세계 최고였다!

배재탁 | 입력 : 2026/05/26 [15:20]

 

 

조선 시대에 일식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왕이 정치를 잘못해서 하늘이 내리는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일식이 예보되면 왕은 소복을 입고 궁궐 마당에서 해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도하는 구식례(救食禮)라는 중대한 국가 의식을 치러야 했다.

 

그러던 세종 4(1422) 11(음력), 신하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뜻깊은 날에 일식이 예보되었다. 세종은 예법에 따라 소복을 갈아입고 마당에 엎드려 경건하게 일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예보된 시간이 되어도 해가 멀쩡했다. 결국 일식은 천문 기관인 서운관이 예보한 시간보다 1(14.4)이 늦게 시작되었다. 임금이 차가운 마당에서 옷을 갖춰 입고 15분 동안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서 있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왕의 권위에 금이 간 이 사건으로 인해 일식 예보를 담당했던 관리 이천봉은 태형(곤장)을 맞았다.

 

그러면 왜 14.4분이 틀렸을까? (필자는 그 정도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오차는 천문 관리의 단순한 계산 실수가 아니라, 당시 조선이 중국 명나라의 달력인 '대통력'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명나라의 달력은 중국의 수도(당시 남경/북경)를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지만, 한양(서울)은 중국보다 동쪽에 치우쳐 있어 천문 현상이 발생하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세종 14년에도 일식 오보 사건이 한 번 더 발생한다. 그렇지 않아도 백성들의 농사가 최우선이었던 시절이라, 세종대왕은 우리에게 맞는 역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당시 중국의 역법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달력을 만드는 것은 자주 독립으로 비춰지며, 중국 황제의 권위에 도전하는 위험한 정치적 행위였다. 하지만 세종은 목숨을 걸고 비밀리에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1444년 이순지·김담 등의 천재 과학자들과 함께 마침내 조선 고유의 역법서인 칠정산을 완성했다.

실제로 칠정산을 완성한 후인 세종 29(1447) 음력 81일에 일식이 또 있었는데, 이때는 일식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을 단 1분 내외의 오차로 완벽하게 예측해 냈다.

(그 옛날에 일식을 도대체 어떻게 미리 예측했을까?)

 

당시 전 세계에서 자기 나라 수도를 기준으로 해, , 5개 행성(목성·화성·토성·금성·수성)의 움직임을 이 정도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었던 나라는 조선, 중국, 아라비아 세 곳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울러 세종대왕이 신하를 시켜 일 년의 길이를 쟀다. "1년은 365.2425"이라고 계산했다. 현대 과학으로 정한 지금의 일 년과 비교하면, 불과 0.0004일 차이라고 한다. 당시 최고의 정확성이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칠정산 내외편이 대충 천문학과 관련되었다고만 배웠지만, 이렇게 대단한 업적인 줄은 몰랐다.

칠정산 내편은 기존 동양의 역법을 철저히 한양의 위도와 경도에 맞춰 재계산했다. 반면 칠정산 외편은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던 아라비아의 천문학을 도입해, 고등 기하학과 삼각함수(구면삼각법)로 행성의 궤도를 풀어냈다.

~ 말만 들어도 머리가 어지러워 진다.

 

정확한 수식을 만들려면 정밀한 데이터가 필수다. 경복궁에 세워진 거대 천문대 '간의대'에서는 15세기형 조준경이라 할 수 있는 간의(簡儀)와 혼천의(渾天儀)를 통해 매일 밤 별들의 좌표를 분(?) 단위로 측정했다. 또한 거대한 자의 원리를 이용한 규표(圭表)로 태양 그림자의 길이를 밀리미터(?) 단위로 계측하여 24절기를 정확히 잡아냈다. 장영실이 만든 자동 물시계 자격루는 관측 데이터에 오차 없는 표준시 역할을 했다.

 

15세기 유럽이 달력의 오차를 잡지 못해 쩔쩔매다 1582년이 되어서야 겨우 개정한 '그레고리력'의 핵심 수치를, 조선은 이미 138년 전인 1444년에 완성해 사용하고 있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업적이다.

우리 과학이 유럽과 중국을 훨씬 앞섰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랬던 조선이 나중에 갈수록 망가졌다는데 대해 한심함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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