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에 백신 대신 ‘고래밥’ 보낸 국방부··· 장병들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 서러워”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07/23 [15:10]

▲ 20일 충북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 국방부, 코로나19로 목 아파 음식 삼키는게 고통스러운 군 장병들에게 과자 한 박스 보내

- 청해부대 34진 승조원 장병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 마음이 아주 서럽다”

 

사상 초유의 군내 최대 집단감염 사태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장병들에게 국방부가 과자를 격려품으로 보내 논란이 일었다.

 

문무대왕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투병 중인 장병들은 이 격려품을 받고 난 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그 중 청해부대 34진 승조원 A씨는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 마음이 아주 서럽다”고 토로했다.

 

2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국방부 측이 보내온 위문품’이라며 서욱 국방부 장관이 보낸 서신 등과 위문품 사진을 공개했다.

 

A씨가 공개한 국방부가 보낸 상자 겉면에는 “<국방부 장관 격려품>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여러분 모두의 쾌유와 건승을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상자 안에는 고래밥·미쯔·아이비 등 시중에 판매되는 과자가 들어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목이 너무 아파서 음식 삼키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팠고, 현재도 미각과 후각이 없는 상태여서 맛도 못 느끼는데 이런 걸주면 뭐하나 싶어서 헛웃음만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가가 이거인가 싶었다. 국가는 우리를 버렸고 서러워서 직업군인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감염을 방치한 상황이나 이후 대처하는 모습에서 군은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A씨는 밝혔다.

 

한편 상자에는 과자 이외에 서욱 장관 등 군 수뇌부의 편지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서 장관은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귀국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당분간 불편함이 있더라도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고 건강관리와 회복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장관도 여러분 모두가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전우들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보낸 편지에서 “지난 5개월여 동안 땅 한번 밟지 못하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며 어려운 가운데 고군분투해온 여러분에게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크다”고 했다.

 

이에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 “청해부대는 난장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격리는 의미가 없었고, 주는 약은 타이레놀뿐이었다. 상황이 워낙 심각해 혼자 코로나19를 이겨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A씨는 “아무리 우리가 얘기해봤자 바뀌는 게 없다. 소용없다”면서, “언론이 나서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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