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투자의 블랙홀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05/20 [10:45]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한 때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여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투자의 대가인 조지 소로스는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 두 아들에게 아버지가 만든 헤지펀드 사업을 해체하고 고객의 돈을 다 돌려주라 하고, 이후는 아버지가 물려준 집안 재산만 관리하라고 하면서 일생의 투자사업을 종료한 바가 있다.

 

세상의 일 중에서 항상 냉정하고 차분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돈을 다루는 일이다, 절대 남의 얘기나 시장 분위기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투자는 자고로 후회를 해도 내가 하고 손해를 보아도 내가 본다.

 

그런데 항상 시장에는 유혹이 숨어있고 나에게도 나도 모르는 탐욕이 숨어있다. 이 둘이 무슨 운명처럼 만나면 평생 후회할만한 사고를 친다. 워렌 버핏과 같이 큰 인물로 조명을 받아온 조지 소로스도 서브 프리임 모기지 사태로 나름의 회한을 남기고 결국 절대수익을 낼 수 있다던 자신의 사업을 종료했다.

 

적어도 사람의 진실은 몰라도 시장의 그날그날 가격은 액면으로는 진실하다. 그리고 그런 만큼이나 그때그때의 금리도 그날만은 확실한 값이다, 사람들이 그 가격에 그 시점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일제히 사고팔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누군가가 그 주식의 미래를 좋게 보아도 오늘 형성된 이 가격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시장의 금리가 역시 그렇다. 투자의 경험이 많고 돈이 많고 지식과 정보가 많아도 어느 날 금리가 추세적으로 변동하면 일단 투자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금리가 내리다가 올라갈 때는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

 

미국은 달러의 금 태환(gold conversion)을 풀어버린 1972년부터는 부채가 늘어야 자산가격이 오르는 나라이다. 부채가 늘면 당연히 금리가 오르게 마련이지만 그들이 정책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시기에는 자산가격들이 그 틈새에서 독버섯처럼 오른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 이후가 그렇다.

 

과거 아시아가 금융위기를 일으킨 1997년 이후 미국은 대체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경제시국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는 아시아에 많은 돈을 빌려준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어 연준(FRB)이 금리를 내려주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2008년 자신들이 금융위기를 일으켜 이젠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풀게 되었다. 그런데 2020년에 코로나가 덮쳐서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1997년 이후에 부채를 조달하여 부동산이나 우량주식을 투자한 사람은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반면에 이 시기에 같이 부채성 소비도 많이 늘어났으니 소비에 맛들인 사람이나, 재무 관념이 낮거나, 신용이 낮은 사람은 이 혼돈의 시기에 오히려 빚더미와 빈부격차의 쓴 맛을 보아야 했다.

 

1997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연평균 늘어난 부채는 14.4%이다, 주식과 채권이 이 시간과 공간에서 7-9% 가격규모가 늘어났고, 부동산도 5-7%의 가격규모 증가가 있었다. 농지조차도 5%가 늘었다.

 

더불어 부채성 소비가 커진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모두가 돈을 풀고 있는 지금은 디지털 금융이라는 지불기술과 가상화폐라는 아이디어가 가세하고 있어 이 부채소비 규모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바로 시기에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사회에 막 나온 수학천재들이 결제와 영상과 원격구매와 배송과 모바일이 결합된 지능소비의 운영기술을 연결하여 만든 아이디어사업으로 돈벌이에 아주 신이 났다.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전기 차와 가상코인과 우주선을 가지고 이 금융팽창 시대의 소비와 배달과 운송의 총아가 되어가고 있다. 그는 페이팔이란 결제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돈을 번 금융팽창의 초기 수혜자이다. 아마존의 배달사업가 제프 베이조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공산당이 버젓이 있는 중국에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이런 벼락부자의 소식을 듣고 있으려니 그 반대편에는 정말 부채와 결제와 배달과 소비가 인생의 전부인 사람들도 마구 생겨나고 있을지 모른다. 예컨대 정부가 국가부채로 사회연금을 주고 그 돈이 정부퇴직자나 생활보호자의 하루하루 생활에 쓰인다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역할에 비해 허접한 대접으로 길 위에서 위험한 고생을 하며 배달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이것이 남기는 다른 한편의 불편한 사회적 그림자이다,

이 쯤 되면 정부가 스스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임은 잘 알면서도 그래도 올려야 할 때가 있다. 자산시장이 투기성 과열을 보이면 더욱 그렇다.

 

금리가 산업생산의 실질자금수요로 스스로 오르게 되면 문제는 적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그 파장이 크다. 소위 투매가 나오면 자산들이 급락을 한다. 정상적으로 보면 금리는 다음의 경우에 주로 오른다. 하나는 기업에서 생산의 수요가 늘면서 오른다, 이건 경기활성화로 가는 길목이다. 그래서 큰 문제가 없다, 다음은 경기에 자극을 받은 생산수요들이 부추겨지고. 또 같이 소비 가수요가 생기면서 자금수요가 늘어난다. 그러면 금리가 또 오른다. 이로 인해 건설되는 부동산은 장기 미분양사태로 가고, 신설되는 공장은 장기재고 생산으로 가는 불황의 길목이 된다. 이후 자산가격들은 매물압박으로 길게 내려간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미국은 위기관리로 돈을 풀어놓고 있다. 이 돈으로 코로나도 이겨내고 경제도 살려야 하는데,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자산가격들이 먼저 인간의 탐욕을 만나서 준동을 한다. 역사 속에서 보건대, 도대체 자산가격은 스스로 시장에서 “선한 결정”을 한 적이 없다.

 

요즘은 가상자산까지도 나와서 코로나 긴급자금으로 풀어놓은 돈을 믿고 한바탕 투기에 가세를 하니 정말 이대로 두긴 어렵다. 외환에서 많이 쓰는 통화환수에 대한 발작이란 의미의 테이퍼링 텐트럼(tapering tantrum)이란 말이 요즘 글로벌자산시장에 나오고 있다. 자산 보유자들은 정말 이 상황을 경계할 일이다.

 

보험시장과 관치금융의 경제에는 도덕적 해이와 역 선택(adverse selection)의 현상적인 이론이 있다. 관대한 금융환경으로 인해 오히려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대출이 더 나가거나, 보험을 더 받아주는 현상을 말한다.

 

작금의 기술주 주가나 디지털 가상자산이나 중국의 과도한 생산경기 반등이나 구리(copper)의 투기적 급등은 이런 교묘한 시기에 등장해서 스스로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공세적인 투자자들에게 역 선택의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대체로 미국의 금리정책은 여기서 더 큰 미래효용을 생각하면서 당장의 경기억제나 부도증가의 예고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부득이 금리작동 방향을 수정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 그 고민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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