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분리 조치였어도 지하실 근무시킨 것은 인권침해”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05/12 [14:14]

▲ 의사봉 두드리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로 가해자의 근무 장소를 변경하더라도, 그 근무장소를 환경이 열악한 지하실로 지정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12일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되어 근무 장소 분리 명령을 받았는데, 피진정인이 근무 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지하공간으로 근무 장소를 옮기도록 지시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인 해당 학교는 이에 대해, 진정인의 근무장소로 지정한 장소는 다른 직원들의 휴게실로 쓰인 적이 있고, 해당 장소 외에 진정인이 단독으로 사용할 만한 공간이 없었으며,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사용하는 장소를 진정인의 근무장소로 제공하기가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또한 진정인은 근무 장소가 변경된 이후 수차례 연가 및 병가 등을 신청하며 변경된 근무 장소에서 제대로 근무를 하지 않았으므로, 지하실에 방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가 조사한 결과, 진정인의 근무장소로 지정된 장소는 지하 1층에 위치하여 자연 채광이 되지 않고, 공기순환에 어려움이 있으며, 근처에 기름이 담긴 제초기를 보관한 창고가 있어 심한 기름 냄새가 나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진정학교의 감독기관인 해당 교육감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피진정학교에 진정인의 근무 장소 재지정을 검토하도록 권고한 바 있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제공한 근무 장소는 사무환경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무공간이 지상층에 배치된 것과 달리 지하 1층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진정인에게 심리적인 모멸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진정인은 근무 장소 변경 조치 이후부터 해임 시까지 약 3개월 간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병가 및 병조퇴를 지속적으로 신청했는데, 관리자가 진정인의 근무상황을 확인하고 결재하는 과정에서 진정인의 건강상 고충을 충분히 인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확인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와 함께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 장소 변경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의 근무 장소를 변경하더라도, 해당 조치가 피해자 보호 취지를 벗어나 징벌에 준하는 조치 또는 행위자에게 모멸감을 줄 목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진정인의 근무장소를 근무환경이 열악한 지하실로 지정한 행위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진정인의 인격권 및 건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하고, 향후 유사한 사안을 처리할 때 피분리자의 인격권 및 건강권을 고려하여 분리조치를 시행하기를 권고했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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