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어느 바보의 염려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05/26 [10:22]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증권시장이나 그 주변시장에 부쩍 “이야기 투자정보”를 내던지고 사는 입방아 호사가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아마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정보통신 기술이 화려하게 발달한 탓 일게다.

 

누구는 외국에서 투자전문가로 오래 일하다가 고국으로 돌아와 보니 우리 국민들이 주식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하면서 연일 여기저기 매체에 나와서 주식투자를 무슨 종교처럼 퍼트리려는 사람이 있다. 사실 그는 투자자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어느 자산운용사 대표이다. 자기 일을 홍보하는 셈이다.

 

또 누구는 전문가 몇이라 하면서 방송에 나왔거나 나오는 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사설 방송국이라도 운영하듯이 연일 시장주변의 가십들로 토크 소재를 삼아서 자신들의 유튜브 방송을 광고로 채우려 하고 있다, 더러는 유튜브 인기를 안고 지상파에도 나가는 모양이다.

 

또 누구는 좋은 학력과 타고난 현란한 말 재주와 대인 용감성을 밑천으로 한 때 금융시장에서 잠시 전문가로 일하던 때의 금융외환 투자경험을 토대로 여러 가십이나 토막자료를 올리는 유튜브 이야기꾼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느 중앙지 기자 출신 유튜버가 잠시 급등하던 가상화폐 정보를 소개한다고 자기 유튜브로 코인투자의 개인방송을 하면서, 자신도 직접 레버리지로 자기 돈의 몇 배나 가상코인 투자를 하였다가 최근 갑작스런 코인들의 폭락으로 삽시간에 크게 손해를 보았다고 돌연 고백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 말로는 수십억대의 손해를 보았다고 했다.

 

정말 왜들 이러시나. 그들 눈에는 200년을 넘게 발달해온 투자시장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가. 투자시장이 무슨 방송프로의 시험장이고 장마당의 놀이터쯤으로 아는가.

 

지난 40년을 투자애널리스트로 또 경제방송인으로 지내오면서 하루도 가슴을 졸리지 않은 날이 없고, 잠시도 마음을 놓은 날이 없었다. 그렇게 주가나 금리나 환율이나 유가나 금값이나 등락하는 가격의 전망이나 대응이 참 어렵다. 갑자기 등장한 가상자산인들 더 말해 뭣하겠는가.

 

지난 세월을 투자시장에서, 또 대학캠퍼스에서 항상 투자시장의 안전운행과 투자자의 적정수익만을 생각하며, 그 투자의 묘방이나 운용의 지혜를 찾아 애쓰면서도,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서성이는 이 시장에서, 정말 아무나 나와서 제멋대로 촌탁(conjecture)을 해대면 우리 같이 자기 일생을 바치는 투자분석 연구자들은 한낱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언제나 애를 써도 늘 모자라는 게 자산가격의 미래분별 예지의 역량이다. 그동안 직업윤리로도 지켜야 했지만, 또 투자분석가 작업에 누가 될까봐 (과거 재직시절 투자부서에서 고유자산(property)이나 고객자산을 운용하던 때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직접 주식이든 선물이든 옵션이든 심지어 공모주투자이든 자기투자를 단 한번을 하지 않고 오로지 투자전략 공부와 투자시장 연구에 매달려온 애널리스트로 숨을 죽이고 활동하는 이 시장에서 그들은 무슨 자신감으로 돌연히 나타나 가볍고 경솔한 돌팔매질을 마구 시장 주변에 해대고 사는가.

 

그들은 정말 그동안 투자시장이 수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의 비참한 무덤이라는 것을 스스로 피나게 겪고 눈으로 꼭 보아야만 하겠는가.

 

그들은 이쯤에서 재미거나 게임 같은 투자라면 그만하시라. 요사이 갑자기 늘어난 청년투자자들에게도, 또 어린이 투자자에게도 이 권고는 마찬가지이다. 투자시장에서의 잘못된 아픈 경험은 돈도 잃고 사람도 다친다.

 

특히 투자시장에서 자기 투자방송도 하고 싶고 자기 직접투자도 하려는 사람들은 두 가지 다 큰 낭패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자기 돈 버는 이야기를 남들에게 이야기 소재로 전파하는 일은 마치 칼 날 위에서 춤을 추는 일이다. 말이나 돈이나 자칫하면 그 자신을 무참히 베어버린다. 그런데 위험천만한 이 두 가지를 다 하려는 낯선 저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꼭 자기가 가진 자본으로 투자하라거나, 분산하여 투자하라거나, 장기적으로 투자하라는 것을 딱히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왜 긴 세월을 발달해온 투자시장이 이런 투자방식을 학문적으로 권하고 있겠는가. 그만큼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거나, 단기투자 하거나, 집중투자 하는 일이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존 보글이 좋아서 평균지수 투자법을 발견한 게 아니고, 해리 마코위츠가 모자라서 효율적 포트폴리오를 연구해 노벨상을 탄 게 아니고, 제러미 시겔이 바보라서 장기투자를 평생 연구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금융투자는 어렵고 위험하다. 사실 대주주가 아니면 주식으로 돈을 버는 일은 참 어렵다. 당대의 투자대가인 워렌 버핏도 자기 회사의 대주주이다. 그들은 평생 그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을 한다. 그리고 다음 세대로 물려준다,

그런데 욕심만 많고 자신감만 충만한 사람들이 투자시장에 들어와 어쩌다 잘된 우연한 결과를 자기만의 실력으로 잘못 알고 무모한 도전을 하면 번번이 다치고 쓰러진다.

 

단언컨대 무리한 단기투자나 과도한 차입투자는 손으로 바람을 잡으려는 짓이다. 또 청년들이 커뮤니티에서 무슨 세력을 모아 그 힘으로 투자를 하려는 일은 태풍 속에서 하는 부채질이나 같은 꼴이다. 그러지 마시라.

 

미국이 마스크를 서서히 벗는 지금, 이미 글로벌 주식시장이나 코인거래는 모두 폭풍의 언덕을 오르고 있어 보인다. 여름을 저만치에 두고 있는 요즈음, 정말 투자하는 모두는 조심하시라.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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