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아파트관리비 연체세대 안내문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5/03/25 [23:13]

 

 

 

[한국인권신문]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 게시판. ‘관리비 연체세대 현황 공고’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장기연체세대의 체납액 증가로 정상적인 관리업무에 어려움이 있으니 지급명령 등 법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속한 납부를 요청한다”는 내용과 함께 장기연체세대의 거주동과 거주층 그리고 연체기간, 연체금액 등이 적혀 있다.

 

이 아파트단지는 한 층에 네 세대가 살고 있다. 또한, 연체세대가 모두 임대동에 살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연체세대 공고 안내문에 아파트 호수를 가리고 동과 층만 공개했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주민들은 어느 세대가 연체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주민은 “은행에서도 본인이 아니면 추심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은행에서 “○○○동 ○○○층에 사시는 분 카드대금 안 내셨어요.”라고 방송하는 거랑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동과 임대동 주민 사이에 갈등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연체세대가 일반동 세대였으면 이처럼 노골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아파트단지는 총 7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4개 동이 임대동이다. 갖가지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임대아파트 주민들로써는 관리비조차 제때 내지 못해 이런 수모까지 당해야 하나라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안내문에 적힌 장기연체세대는 총 9세대, 연체금액은 총 1000여만 원에 이른다. 연체기간이 10개월이나 지난 세대도 4세대나 된다.

 

관리비는 공동주택의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다. 그러므로 관리비를 연체하면 이웃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관련 규약(공동주택관리규약)을 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상세한 연체내역과 함께 연체세대를 공개한 것은 엄연히 사생활 비밀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더욱이 그 당사자가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생활고를 겪고 있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인 경우 그 상처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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