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강제이주로 41년간 소외된 삶’ 한센인촌 복지·환경문제 조정 해결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0/10/28 [17:27]

▲ 28일 경북 경주시청에서 관계기관, 마을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주재로 '경주 한센인촌 주거복지 및 환경개선 현장 조정회의'가 열리고 있다.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 정부 지시로 이주 정착… 정화조 노후화, 축산폐수로 지역 갈등
- 전현희 권익위원장 조정회의… 경주시, 노후 집단계사 철거하고 거주여건 개선키로

 

정부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41년 이상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온 경주시 한센인촌 거주민들의 고충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으로 해소됐다.

 

국민권익위(위원장 전현희)는 28일 경주시청에서 전현희 위원장 주재로 현장조정회의를 열고 주거복지, 환경개선 등 종합대책을 요구하는 경주시 한센인촌(희망농원) 거주민들의 집단민원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민원 신청인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주대영 대구지방환경청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대부분 고령의 기초생계수급자인 거주민들은 “노후 주택에 거주하면서 방치된 집단계사 및 재래식 정화조 등 열악한 주거환경과 이로 인한 수질오염으로 인해 비난 받고 있다”며 경주시와 경상북도, 중앙정부 및 국회 등에 지속적으로 이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정부는 치유된 젊은 한센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1961년 한센관리사업을 실시하고, 국립 칠곡병원 한센병 퇴원자 240명 등을 경주시 보문관광지구에 인접한 천군동에 거주토록 했다. 이후 경주시 보문관광지구 개발 등 국책사업을 이유로 1979년에 다시 현재의 위치인 경주 천북면 신당3리 일대인 ‘희망농원’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희망농원 6만 여 평에 지어준 집단계사(452동)의 슬레이트 지붕은 낡고 부식됐으며 재래식 개방형 대규모 정화조 및 하수관로가 노후화돼 악취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특히 집단계사 등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축산폐수 등은 포항시와 경주시의 취수원인 형산강으로 방류돼 하류지역의 포항시민들로부터 수질오염 민원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등 지역갈등을 초래해 왔다.

 

거주민들은 “그동안 여러 기관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 왔고 선거 때마다 경상북도, 경주시, 국회의원 공약으로 민원 해결이 제시됐지만 방치돼 왔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거주민들은 올해 3월 정부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주거환경 등 피해를 받고 있으니 41년 한(恨)을 풀어 달라며 국민권익위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8일 경북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을 방문,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어지고 노후화된 양계장과 주택이 뒤엉킨 시설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한센인 정착촌 형성과정 등 관련 문서를 찾아 책임소재 등을 확인하고,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는 한편, 경주시와 포항시, 경상북도 등과도 수차례에 걸친 실무 협의와 현장조사 등을 실시했다.

 

국민권익위는 28일 오후 2시 경주시청에서 전현희 위원장 주재로 현장조정회의를 통해 최종 해결방안을 도출해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의 조정안에 따르면, 경주시는 ▲노후 집단계사 452동 및 슬레이트 철거 ▲노후 정화조 및 하수관로 정비 등을 우선 해결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세부정비계획 수립 ▲희망농원 주민들과의 공론화를 통해 노후 주택정비 등 거주여건 개선 ▲친환경 농작물재배 등 일자리 및 농가소득 창출기반 마련 ▲요양원 및 양로원 등 복지시설, 생태공원 등 주민 편익 공간 조성을 포함한 종합정비계획을 단계적으로 수립·추진하기로 했다.

 

경상북도는 희망농원 지역의 집단계사 철거, 정화조 및 하수관로 정비 등 시설개선사업이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희망농원 지역의 노후 하수관로 개선 등 주거환경 및 수질오염 개선사업, 형산강 수질개선 활동이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하수관로 정비사업 관련 국고 예산지원 처리기간 단축 등에 우선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 전현희 위원장은 “이번 조정은 41년 전 정부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고통 받은 한센인촌의 주거복지 및 환경문제를 개선하고 인근 포항시민과의 갈등을 해소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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