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예술, 남예종 3대 학장 조미경

조미경 남예종 학장에게 듣는다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0/03/04 [17:48]

 

 

[한국인권신문=백승렬]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 미술, 무용을 포함한 모든 예술에 재능과 관심을 가졌다 합니다. 음악가 집안의 분위기에서 성장한 저는 처음엔 음악을 단순히 취미로만 생각했지요. 그러다 구체적으로 성악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그 후 서울예고에 진학하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진학 후에는 이른 나이에 방송국과 정기연주회에 출연하면서 전문 연주자로서의 길에 일찍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 후 미국에서 성악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파슨스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하게 되어 뜻하지 않게 수석의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구요. 이러한 것들이 후에 무대의상과 무대장치 등 현재 연주활동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지요. 귀국 후에는 오페라를 시작으로 연주자로서 입문하게 되었으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었습니다. 수십 편의 오페라와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의 협연 및 독창회 등 다수의 음악회에 출연하면서 1993년부터 현재까지 오페라 가수로서 또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로서, 공연을 기획하는 기획자로서의 바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음악가 가족이시라고요?

네, 어머니께서 소프라노로 활동을 많이 하셨고 또 제자들을 많이 배출 하셨어요. 사실 저보다도 더 많은 음반이나 연주 경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동생도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그리고 연세대학교와 맨해튼음대에서 피아노 공부와 음악교수법을 공부하였고 현재 음악계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시아버지 되시는 <김광현> 박사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십니다. 모든 일에 합리적이시고 지성적이면서도 항상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생각이 앞서가시는 분이십니다. 지와 덕을 함께 겸비하시며 겸손하고 자손들을 선한 영향력으로 잘 이끌어 주신 분이십니다.

    

√성악가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성악은 몸이 악기인데 대학 시절,(당시 학교는 매일 시위와 삼엄한 감시) 최루탄으로 인하여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기면서 (그 당시에는 알레르기 개념이 없었습니다.) 비염과 비중격만곡증이 발생했고 날이 갈 수록 악화가 되어 소리를 내는 것에 지장을 받았습니다. 한 달 중 20여일 이상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보니 성악을 포기해야하나 하는 슬럼프도 왔었습니다. 또한 여러 번의 교통사고로 허리나 등등 근육과 뼈에 문제가 생기면서 의사 선생님들께서 의학적으로는 노래를 하기 힘들다고 하셨으나 신앙의 힘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잘 참으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Parsons 대학원에서는 미술까지 전공하셨다는데?

원래 미술을 하는 사람이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입시미술을 공부하면서 꿈을 접었습니다. 저는 색감이 특히 뛰어난 편이었는데 데생과 3가지 색으로만 작품을 구성하라는 수업시간이 계속 반복되면서 이런 것이 미술이라면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느 날 과감히 접고, 성악으로 전공을 바꾸어 서울예고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예술은 연관성을 가집니다. 특히 음악과 미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요. 미술을 향한 열망은 성악가가 되기 위한 성악공부를 어느 정도 마친 후에 꼭 다시 해보고 싶었습니다.

  

 

√국내외에서 많은 공연과 활동을 해 오셨는데요... 궁금합니다.

우선 열정이 있어야 되겠지요, 독창회나 음악회를 보면 클래식 공연들이 내용적으로는 좋을지라도 관객들이 지루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은 사실 어려운 장르입니다. 음악자체가 유럽에서 귀족들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특히 대부분의 성악 작품들의 내용은 신화, 전쟁, 역사, 성경 등 유럽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공유된 이야기이지만 우리에겐 생소한 경우가 많습니다. 낯설고 어려운 작품들을 가지고서 대중들을 쉽게 이해시키고, 다가가 클래식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눈길이 멈추는 음악회”라는 제목 하에 음악, 미술, 무용, 해설, 강의 등이 복합된 공연을 기획하여왔고, 앞으로도 계속 활성화시킬 계획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러시아 옴스크에서 한 초청 독창회입니다. 그때 저도 처음으로 18개의 바로크 아리아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을 준비했었습니다. 연주 리허설 후 옴스크 홀에서 하기로 했던 연주 장소에서 바로크 시대의 분위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바로크 예술품으로 꾸며진 박물관 콘서트홀로 옮겨서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옥색과 금색으로 장식된 높은 천장과 그림들 등이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습니다. 러시아 옴스크에서도 바로크 성악곡으로만 구성된 연주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8개 지역방송국에서 방영되었습니다. 이 연주로 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베스트 연주자’상을 받게 되었고 다음 해에 다시 초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오가는 길은 힘든 여행이었지만 관객들의 호응과 지휘자의 배려, 오케스트라의 높은 연주실력 등과 함께 러시아의 추운 날씨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특히 나를 딸처럼 사랑해주시고 옴스크 연주를 섭외해주셨던 pastor Park께서 연주 후 간암이 악화되셨고 후에 한국으로 오셔서 결국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정말로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 공연이었습니다.

    

√수상경력이 화려하시던데요?

다른 상들이 성악적으로는 더욱 가치가 있지만 아무래도 대학 들어오자마자 받은 MBC 제1회 대학가곡제 대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대중들은 그 당시 저의 모습을 유튜브나 여러 매체를 통해 보면서 그때의 그 어린 학생이 저냐고 물으십니다. 아마도 제가 ‘눈’이라는 곡을 부르는 것을 통해 본인들의 지난 날 추억들을 회상하는 것 같습니다.

    

대학가곡제 예선까지는 곡 자체로만 심사하기 때문에 싱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본선에서는 연주 자체가 심사였습니다. 김효근 선생님께서 그 당시 예선까지는 다른 학생이 불렀던 곡을 저를 직접 찾아오시어 주신 덕에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당시 저는 1학년이었기에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대부분 4학년이고 대학원생 및 복학생들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 제1회 가요제여서 큰 행사인지도 모르고 부담 없이 참여했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저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시 대학가곡제가 방송에 나가고 하루에 200통씩 팬레터를 받았지요. 그리고 피디님들이 CF와 영화 한 편 찍자고 하시면 부끄러워 노래만 부르고 도망 나오곤 했답니다. 다 지나간 얘기입니다.

  

* 웃고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서로 사랑하고 의지해가며 행복을 나누는 것이 큰 보람이자 가장 큰 기쁨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족에 대한 불행이 가장 슬픈 일이겠지요. 대외적인 경우에는 나 자신이 소망하는 목표를 향하여 기도하면서 그 비전을 향하여 달려가며 성취할 때가 가장 보람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일을 성취하는 데에는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소통, 협조, 배려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 함께 복을 누리는 것이 또한 인생의 기쁨이요 보람이라고 생각됩니다.

    

*울고

따라서 인생에 있어서 견뎌내기 힘든 것은 육체적으로 건강을 잃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심과 조언 그리고 충성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배신감을 느꼈을 때 즉, 사람에 대한 상처가 가장 견디기 힘듭니다.

    

*나누고

내가 가진 재물이나 재능이 제자를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고 그것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져 가치를 드러낼 때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제자들이 삶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의 몫을 충실히 해내는 것을 보면 참 흐뭇합니다.

    

 

√30년 (성악)음악의 매력

아름다운 목소리는 신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다른 악기와 달리 성악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며 인간의 몸을 악기로 삼아 희노애락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성악은 듣는 자로 하여금 함께 호흡하면서 일체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성악은 어떤 악기보다도 듣는 이에게 에너지와 감동,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면서 매료시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생긴 구조와 체질이 다르기에 지도 방법 또한 개인마다 차이를 두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교수 방법도 차이를 두어 적용시켜야 하는 것이 어려우면서도 신비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근육을 섬세하게 사용해야 하기에 몸이 낙후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신체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의 매력은 남성과 여성이 다른 소리로의 역할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남녀가 각자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성별의 소리를 발휘하면서도 조화롭게 하모니를 이루는 복합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악의 매력을 어찌 한 두 가지로 나열할 수 있을까요?

    

√남예종에서의 청사진

저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빛낼 인성과 실력을 모두 갖춘 남예종인 양성'을 교육 목표로 설정하고자 합니다. 예술가로의 삶이란 훈련과 인내의 시간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실력뿐 아니라 인간적인 유연함을 가지고 견뎌내는 힘이 있어야 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신이 건강해야 합니다. 신앙심을 키워 주고 자존감을 높여 자신을 사랑하고 삶의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또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 협력을 통하여 경쟁 사회에서 상생하며 더불어 성장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예종의 장점은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실용음악, 무용 등 예술의 전반적인 분야를 갖춘 전문 예술 학교라는 것입니다. 예술은 단독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 및 타 예술과의 상호 연관을 맺으며 발전·변형·쇠퇴해왔습니다. 앞으로 남예종은 클래식과 실용음악 그리고 무용을 접목하여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는 특화된 장르(아이템) (콘텐츠)를 개척해 나가고자 합니다. 자신의 전공 분야와 타 예술과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예술가를 양성할 것이며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부족한 예술경영과 공연기획, 교육 등 이론과 실제를 함께 겸비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학생(제자)들에게 바람?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평생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학부를 졸업하기 전에 기본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기초를 잘 닦아놓으라는 것 입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매일매일 공부하는 것이 습관이 되고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이 중요합니다. 본인이 가진 달란트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는 훈련과 좌절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지는 것입니다. 또한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하고 좋은 사람들이 항상 조력자로서 더해질 때 예술가로서의 빛을 발휘하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자질을 지녔다 할지라도 인내력을 가지고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좋은 실력과 함께 넓은 마음을 겸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남 또한 이해하고 사랑해야만 예술가로서의 삶을 유지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예술도 삶의 일부 인 것입니다. 또한 예술의 완벽을 추구함에는 끝이 없습니다. 성악의 경우만 해도 노래 가사의 의미를 알고 음악을 성숙하게 주무를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안타깝게도 소리가 안 따라주는 경우가 많지요. 사람의 몸이 악기이다 보니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소리의 빛이 바라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끝까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하는 예술을 사랑하여 시간과 노력을 부으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삶을 누리는 예술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 및 목표?

후학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꿈을 잘 펼쳐 나갈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앞으로 남예종의 학장으로서 클래식과 실용음악 등 모든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장르의 클래식 복합 문화 형성이 이루어지는 장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훌륭한 교수진을 통해서 현장의 실무를 익힐 수 있는 실제적인 수업의 형성 및 기획 등 최고의 예술 학교로 이끌어가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조미경 학장

서울예술고등학교 음악과 성악 수석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수석 졸업

Mahattan school of music 대학원 졸업, Parson’s 대학원 수석 졸업

MBC 제 1 회 대학가곡제 대상, 음악협회콩쿨 1등 수상 및 장학생

2005 옴스크 심포니가 선정한 ‘베스트 연주자상’

KBS 한전음악콩쿨, 중앙음악콩쿨 등 주요 콩쿨 심사위원

예술의 전당이 주최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발’ <카르멘>, <리골레토>,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모세> 등 주역 출연

2019년 오페라 최고상 수상 한러오페라단 <카르멘> 주역

러시아 모스크바 방송심포니 오케스트라 , 옴스크 심포니, 하바로스크 극동 심포니 초청 독창회 비롯

KBS 서울 시향 등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

저서: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오를란도>, <줄리오 체사레>

국민대 교수 역임,

현)CK accompany 대표이사

 

편집 백승렬 0177664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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