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new feudalism을 두려워 할 때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0/01/17 [09:26]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샤르미르 페리스(sharrmi peries)와 마이크 허드슨(micheal hudson)은 뉴 페우달리즘(new feudalism)이란 저서에서 미국의 사회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연기금들이 다시 투자자산 운용의 매카니즘에 의해 아주 수익이 낮은 재정자금이나 기업들의 위험한 투자자산에 투자되고, 또 이러한 재정이나 기업들이 유지되기 위해 다시 미래 연금수혜자는 세금을 더 내거나 일할 기회가 줄어드는 복지사회경제의 구조적인 새로운 종속적 관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counter punch2017.3.7). 

 

소위 신 봉건사회(new feudalism)가 등장할 우려를 말한 것이다. 중세의 봉건사회는 귀족이나 군인, 종교 등의 지배계급에 의해 농노들이 종속되었던 시절을 말하지만, 이제 금융시장과 국가경제가 정부와 기업에 의해 돌아가면서 사회보장을 통해 연로한 국민들이 일하지 않고 노후를 보내려던 계획이 이렇게 뜻하지 않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 책이다.

 

오늘의 한국은 외면적으로는 미래 삶의 사회적 안정이 강화되는 여러 가지 고용복지정책이나 사회금융시스템들의 규모나 역할이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이 가장 대표적으로 이미 국민연금은 2019년 연말로 690조원의 세계 3대 연금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에서 국공채 등으로 국내채권에 310조원이 들어가 있는 가운데, 120조원이 국내주식에 투자되고 있고 이중에서 5%이상 지분보유 기업만 2019년 말로 300개 기업에 달한다. 여기에 해외주식 14조원에다 대체투자 90조원 해외채권이 30조원 정도가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1970년대에 피터 드러커가 일찍이 예고한  연금사회주의 등장이 머지않은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인들의 관심은 이들 중 투자기업의 경영정의를 위해 스튜워드십(stewardship)을 발동하여 사회적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추세로는 국민연금의 기업 보유지분도 점차 늘어나고 당연히 스튜워드십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장기적이고 더 포괄적으로 보면 점점 이렇게 연기금이 투자한 증시의 공개기업들과 국가채권 등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늘어나면, 안정된 경제상황의 운영을 위해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거나 기업의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재정정책에서 기왕의 사회복지 예산이 감소할 가능성도 더불어서 높아진다는 점이다.

 

신 봉건주의 사회의 우려는 이러한 가운데 길게 우리 사회에 이미 꼬리를 드리우고 있는 지도 모른다. 너무도 본질의 문제이지만 국민들은 개인의 삶의 미래를 사회적 방책이나 국가의 보호로 살아갈 것이란 기대 자체가 아주 제한적이고 보수적으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작 더 우려되는 신 봉건사회는 이러는 가운데서도 개인자산이나 가족재정을 스스로 강화시키는 상위 소득자나 자산가들의 위상이 점점 소리 없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 사회의 상위 20%의 가구는 한 가구당 가족 총수입이 월간 900만원을 넘는 수준이다. 다음 수준의 20% 가구가 월 600만 원정도의 가구원 총소득 수준을 보인다. 이 두 계층(40%)의 국민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 특히 부산이나 대구 광주 등은 인구에 비해 상위권 40%대의 소득 가구가 서울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다.

 

그런데 60대의 국민 중에서는 이런저런 연금을 탈 수 있는 국민은 40% 정도이며 나머지는 이나마도 없는 상태이다. 결국 기초노령연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이미 60대 이후는 사실상 미래의 기본생활권을 세대 안에서 집단적으로 점점 상실해가는 중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 가운데 지금 우리 정치현장에서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20-30대로 사회혁신의 중심추가 급속히 넘어가는 양상이다. 총선을 앞두고 단순히 젊은 피를 수혈하던 이전의 선거이벤트가 아닌, 새로운 정치인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조짐을 느끼게 한다.

 

일부 빠르게 현실을 간파한 거물 정치인 중에는 청년들에게 직접 돈을 나누어 주자는 제안을 선점하기도 한다. 예상컨대 한정된 국가의 돈은 국가의 힘이 이동하는 데로 먼저 간다. 국방이나 지방경제 등에 들어가던 돈들이 점점 젊은 국민들의 미래 삶의 안정화에 투입되어야 할 시점이 이렇게 다가오고 있다.

 

결국 지금 노후 준비가 아주 될 된 50대부터 60대 중반까지의 베이비부머들은 자기재정도 스스로 보전할 가능성이 낮고, 사회재정도 국가의 배분 우선순위가 낮아서 결국은 미래 사회구도의 종속적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들은 더욱 현실이 각박해 질 수 있다. 대통령도 지방소멸 염려를 안심시키려고 언급했을 정도로 지방은 상황이 메마르다.

 

그러나 미래 방향을 보는 시각에서 보면 서울로부터의 경제력 분산이나 수도로 부터의 힘의 조정은 이제는 사실상 인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중앙정부의 의지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방향성과 미래사회 운영의 속성이 그렇다.

 

이미 다음 젊은 세대들의 활동가치의 중심은 단연 서울이다. 어쩌면 그 때는 수도권도 지금 정도의 입장은 아닐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40-50대에게 수도권이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러나 20-30대 이후에는 수도권의 중요성이 지금보다는 높지 않을 거라고 본다.

 

결국 정치가 새로운 미래 과제를 담아내게 된다. 다가오는 선거부터 정치지형은 지방정치인들이 점점 중앙의 집중을 벗어나서 내용상 새로운 지방정권 창출을 위해 그 안에서 서로 단합하거나 연대하는 지방권력화 형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중세 유럽의 봉건시대에도 당시 중앙정권은 수도와 일부 요충지역만 직할 운영하고 나머지는 지방영주에게 분권을 해주었다.

 

마침 새로운 총리가 취임을 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신임 총리는 내각제와 지방분권에 소신이 강한 정치인이고 청문회에서도 분명히 소신을 밝혔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중앙정치와 지방의 정치적 결사권이 새롭게 구획되는 분수령이 될 수가 있다.

 

지금 서울의 집값은 중앙정부의 결기와 힘으로만 강고히 대처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새로운 수도와 지방간에 역할가치 분화라는 미래가치 변동요소도 잠재적인 가격재편 기능을 하고 있음을 정부는 신중히 감안해야 한다.

 

무릇 자산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참고로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는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의 집값에서 국민소득 9만 달러시대로 오기까지 무려 8배나 상승한 바가 있다. 이 구간에서 수도 오슬로로 사람과 경제활동이 더 집중하고, 고가주택들이 투자용으로 매매단계(trade) 하던 단계에서 장기적인 소장단계(collection)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희소(scarcity)가치화 단계라고 한다.

 

오히려 대통령은 남은 임기 중에 주택정책을 보이지 않는 고가주택 시세잡기와 씨름하기보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도시 안에 편리한 곳에 다양하고 저렴한 사회주택 공급에 남은 임기에 최선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칫하다간 둘 다 놓치는 수가 나온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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