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다칼럼 280>게임 산업이 “양색시”인가?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9/01/08 [10:15]

 

 

[한국인권신문=배재탁]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팔던 여성을 “양색시”라고 불렀다. (사실은 더 심하게 “양○○”이라고도 불렸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돈을 벌 일이 없자 많은 양색시들이 생겼다. 그녀들은 착한 미군 하나 건져 결혼해 미국에 가서 사는 게 꿈이었다. 그녀들의 가족들은 그녀가 양색시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남들에게 얘기도 안하고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몸을 팔아 번 돈 대부분을 가족들에게 생활비로 보내줬다. 운이 좋아 미군과 결혼해 미국에 가사도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줬지만 남들에겐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염치없게 필요할 때마다 양색시였던 딸에게 또 손을 벌렸다. 미국에 간 그녀는 남동생들을 하나하나 미국으로 초청해 이민을 시켜 잘살게 해줬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녀에게 대 놓고 고마운 척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이상은 박완서 작가의 글을 요악한 내용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업체인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가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넥슨 주식 사건'으로 2년 여간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 김 대표의 심신이 지쳤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되어 있다.

    

그런데 업계에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한다.

바로 “정부기관의 규제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다. (어떤 보도에 따르면 김정주 대표는 ‘규제와 상관없는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사람들 중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 사회와 정부는 게임산업을 마치 “양색시” 보듯 한다. 돈은 잘 벌어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부정적으로 보고 규제하고 멀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하소연은 업계에선 이미 십 수 년 전부터도 있어 왔다.

그동안 국내 게임 산업은 영화의 100배 음악의 10배에 달하는 연간 5조원대의 수출을 올리며 효자 콘텐츠 산업으로 불렸지만,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 강화가 발목을 잡으면서 최근 어려움에 빠진 상태다.

즉 “정부기관의 규제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란 악조건 속에서 선전했지만, 점점 경쟁력을 잃고 해외 경쟁사들의 약진에 맞닥뜨렸다.

    

필자도 게임에 깊게 빠진 자녀들이나 청소년들을 볼 때 좋게 보진 않는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산업이고 세계적인 추세다.

    

지금 김정주 대표의 지분을 인수하려는 기업들 중 가장 지갑이 두둑한 회사는 중국기업이다. 필자가 이렇게 걱정하는 건 국내 게임산업이 몰락할 경우, 필연적으로 엄청난 국부 유출이 걱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혁신성장’을 외치지 말고, 우리 사회도 게임산업을 “양색시” 보듯 하지 말고, 게임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육성을 위해 혁신해야 할 때이다.

    

<한국인권신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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