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쇼’... 탈북자 단체의 항변

평화가 진실을 감춰선 안돼...탈북자들의 분노 헤아릴 때

최성모 | 입력 : 2018/05/06 [15:43]


[한국인권신문=최성모 기자]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쇼’는 화제작이었다.

 

그 영화에서 짐캐리는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에서 생활은 한다. 부인도 가짜고, 직장 동료도 가짜다. 와이프는 짐 캐리와 대화를 하다가도 뜬금없이 제품 선전을 한다. 싸우다가 뜬금없이 상품 광고를 하는 부인의 행동에 짐캐리는 의심을 한다.

    

자신의 일상을 하나씩 돌이켜보면서 짐캐리는 무엇인가, 분명 잘못됐다는 걸 인지한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전거 타는 사람이 나타나는 등 자신의 주변에는 각본처럼 짜여진 일상이 돌아가는 거다. 대강 그런거다.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에 짐캐리의 일상을 사람들이 엿보는 거다. 그리고 더 끔찍한 것은 그 사실을 짐 캐리 말고는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짐캐리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세트장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때 어떤 음성이 들린다. 짐캐리를 설득하는 음성이었다. 짐캐리는 그 음성을 들었지만, 주저함 없이 세트장 밖으로 나간다. 가짜인 세상을 알고나서, 그 안에 머물 사람이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 영화에서 정말 끔찍한 것은 짐캐리에게 그걸 말해주려는 사람이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는 거다. 짐캐리가 세상의 조롱거가 된 모습을 알지만, 그걸 알려주려 한 사람은 오직 한명 뿐이었다.

    

그런거다. 리얼버라이어티 쇼가 대세인 요즘이다. 그 강도는 점점 심해졌다. 이제 시청자는 약간의 각본이 첨가된 리얼버라이어티로 만족을 하지 못한다. 연예인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그들의 일상을 찍은 것들을 시청자들은 본다.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무한도전’이 폐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런 이유다. 사람들은 진짜 같은 진짜가 아니라 더 강한 진짜를 원한다.

    

인터넷 BJ들이 푸대접을 받다가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존중받은 이유도 이런 것의 연장선상이다. 진짜 같은 진짜가 아니라 사람들은 진짜를 원한다. 그게 하나의 현상이다. 삶은 거창한 게 아니다. 진실을 말하고 진심을 표현하면 된다. 그런데 지구상에는 진짜를 위장한 가짜들이 판을 쳤다. 가장 대표적인 게 히틀러일 것이다. 히틀러는 대중들을 교묘히 설득해 지구상에 엄청난 재앙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감없이 표현하자면 히틀러보다 더 한 사람은 바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그들은 북한 주민들을 거대한 세트장에 가둬놓았다. 세트장안에 있는 북한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언론이 통제되고, 오로지 주체사상을 주입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세뇌를 시킨다. 어렸을 적부터 그런 세뇌를 받았던 사람들은 굶주림에 혹시라도 죽더라도, 그들이 사는 세상이 가짜임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는 평화가 최우선이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입장이다. 탈북자입장에선 조금은 다를 것이라고 본다. 탈북자들은 자신들이 북한이라는 거대한 세트장에서 나와보니 북한의 모든 것들이 가짜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걸 알았을 때 탈북자들은 얼마나 허탈했을까. 허탈함을 넘어서 분노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현재,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남북과 북미 관계가 평화가 서서히 무르익을 때 탈북자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는 것이리라. 물론 대승적 차원에서 탈북자들의 행동은 감정적인 면이 있다. 그렇지만, 그건 탙북자가 되지 않고서는 절대 헤아릴 수 없다. 거대한 세트장에서 김일성을 시작으로 김정은 까지 3대에 이은 그 거짓으로 둘러싸인 프레임에 둘러싸여 보지 못하면 절대 모르는 것이다.

    

5일,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사실과 진실의 편지’라고 적힌 대북전단을 북한 쪽으로 보내려다 경찰 봉쇄와 지역 시민단체, 주민들의 반대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이 소식을 접한 남한, 즉 우리나라 국민들은 혀를 찰지도 모른다.

    

왜 어렵게 만든 대화국면을 어렵게 만드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북한 주민이 돼 보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북한 주민들이 북한이란 나라라는 거대한 세트장에 머물렀다는 걸 아는데, 북한 주민들만 그런 것들을 몰랐을 뿐이다. 탈북자들의 행동이 옳다고는 보지 않는다.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탈북자들이 느끼는 억울함, 그 분노,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은 평화가 우선이다. 그걸 탈북자단체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탈북자단체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트루먼쇼’의 세트장에서 살아보지 못했으니까. 탈북자 단체를 이해하고, 더 넓게 그들을 포용하고 설득하는 일을 끊임없이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평화가 진실을 가려도 된다는 건, 아니지 않는가.

 

최성모 기자 jinaio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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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 2018/05/06 [21:08] 수정 | 삭제
  • 남북 통일이 되어야 우리나라에도 아픔이 없을것인데...
  • 세상살이 2018/05/06 [20:13] 수정 | 삭제
  • 좋은글 잘 읽었어요 삶이 각박해서 평화라는 주제에대해 생각해본적 없는데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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