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 엄길청]
일확천금이라는 말은 전설 속의 고사가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호시탐탐 자리하고 있는 인간 본연의 탐욕이 만든 통제 불가의 허장성세이다. 땅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건설사업가 중에는 값싸고 넓은 땅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는 하늘에서 땅이 뚝 떨어지길 바라는 욕심쟁이들도 그 중에는 많다. 그래서 혹자는 새 땅을 찾으러 민간우주선을 띠운다. 빌 게이츠도 무형자산으로 번 돈으로 애리조나사막에 산 땅이 3천만 평에 달한다, 누구는 산허리에도 공장을 짓기도 하고, 요즘이야 수변의 광경이 좋다고 하지만, 원래는 홍수가 잦은 강변에 아파트를 지은 사람들도 다 그런 싼 땅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희생자 유가족의 오열이 아직도 생생한 많은 사고 현장 중에서, 이번의 광주 고층아파트 붕괴사고처럼 국민 모두에게 허탈한 충격과 어이없는 실망을 준 사고도 유례가 드믄 일이다. 토목공사도 아니고 골조공사도 아닌데 거의 다 올려놓은 건물이 그것도 상층부의 콘크리트 양생공정에서 삽시간에 무너져 내린 사고는 유가족의 슬픔과 한국 도시건설 기술과 한국 건설기업의 성장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그런데 몇 번의 큰 현장사고와 관련된 건설기업들을 보니 매립지가 갑자기 떠오른다. 1992년 성남의 한 지하철 공사장에서 붕괴사고가 났다. 매립지 위에 분당선 전철터널 공사를 하다가 무너져 내린 사고인데 당시 시공사는 삼풍건설이었다. 그 후 1995년 그 회사는 엄청난 희생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냈다. 그리고 그 건물잔해를 이번엔 수도권 매립지에 갖다 버렸다. 원래 건설업자도 아닌 그 회사 창업자는 중앙정보부란 정보기관 출신으로 주로 미군 전기공사나 정부발주 매립공사들을 권력의 울타리에서 쉽게 따온 관변업자다. 그 사고도 반포에 미군 임대아파트 사업을 받아서 쉽게 공돈을 벌던 자리에 다시 지은 백화점건물이었다. 그런 그가 건축법규를 잘 지킬 리가 없고, 사고는 필연으로 났다.
한국 기업사에 가장 부채가 많은 기업은 한보주택이다. 그 회사의 마지막 부채비율이 2,000%였으니, 자기 돈 5%로 사업을 하면 그런 계산이 나온다. 실은 그 창업자도 건설업자가 아니라 업자로비를 많이 받아 본 20년 세무공무원 출신이다. 그런데 그가 만든 사업장은 주로 매립지역이거나 그 주변지역이다. 한보가 지은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미도아파트 주변이 원래 웅덩이가 많고 양재천 주변의 낮은 땅을 돋우어 만든 매립지반의 지역이고, 한보철강을 지은 당진의 공장부지는 아예 바다를 매립한 땅이다. 창업자는 그런 땅을 사서 공사를 주로 하던 사람인데, 후일 그룹이 파산을 하고 그는 먼 타국에서 방랑자 신세로 인생을 마쳤다. 다만 그 후 은마아파트와 미도아파트는 주민들이 좋은 주거지역으로 만들었다.
동아건설은 인천 바닷가에 대대적인 매립지 사업을 하다가 끝내 그룹이 파산을 했다. 대규모 공사를 중단한 리비아에서 들여온 장비나 인력의 소화를 위한 일로 시작하였으나, 매립지역의 규모가 크고 공사기간은 길어서 결국은 중간에 돈을 구하지 못해 자금난에 몰리면서 그룹이 파산을 했다. 그런데 그 회사 만든 성수대교가 1994년에 붕괴참사를 냈다. 지금은 그 회사가 조성한 인천매립지는 신주거지와 산업체, 공공기관들이 들어서 좋은 지역이 되었다.
인천의 송도국제도시 인근의 매립지는 시계로 한 때 큰돈을 번 어느 시계회사 오너가 대규모 매립지 사업을 하다가 돈이 모자라서 파산하면서 공사를 하다 만 자리인데, 후에 그 땅을 이어받은 대우계열사가 이번에는 대우그룹의 파산으로 사업을 멈춘 지역이다. 인접한 송도신도시는 지금은 상전벽해로 국제도시로 발전을 했다.
1970년대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만든 아파트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이다. 그 지역도 원래는 매립지인데 현대건설이 정부에서 공사대금으로 받은 땅이다. 물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국내에선 최고의 주거지역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 당시 이 아파트를 만든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후에 한국도시개발이 되고, 다시 그룹 내 한라건설과 합병하여 만든 회사가 광주에서 연이어 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그룹도 자기 자체사업으로 거대한 규모의 대규모 농경지 매립공사를 서산과 당진 해안에서 했다.
지금 이 얘기는 매립지와 건설 사고와 인과관계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어둡고 허접하고 부실하게 일하며 살아 온 과거를 땅에다 그냥 덮고 묻어버린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상누각은 이런 허약한 기반 위에 올린 텅 빈 금자탑을 말한다.
현대는 우리 건설사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다, 지금은 사촌 간에 계열분리가 되었지만, 원래는 다 정주영회장이 만든 기업들이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다 이치에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정황을 생각하면 짐작도 되는 말들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원래 정몽규회장이 맡은 게 아니다. 그는 원래 현대자동차 회장이었으나, 정주영회장 사후에 사촌들 간의 지분정리로 어느 날 자동차를 떠나서 주택건설을 맡았다. 그로선 엄청난 위상의 차이였지만, 집안에서 잘 정리가 된 모양이다. 그 후는 정몽규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브랜드화 하면서 최상급으로 잘 운영을 했다. 곳곳의 현대 아이파크 주민 커뮤니티도 잘 형성되었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는 정몽규회장은 여러 가지 글로벌하고 외양적인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갑자기 면세점 사업을 진출하려거나, 무리하게 아시아나 항공사를 인수하려한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행동은 그가 작금의 세기적인 모빌리티 시대를 보면서 자기 가족들이 맡아 하던 현대자동차를 떠난 것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터이어서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투자분석가로선 그가 건설사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연이어 도저히 현대답지 않은 참사가 그것도 같은 도시의 건설현장에서 터지고 있다. 특히 광주시민에게 준 처참한 상처나 무고한 인명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회사의 미래도 이젠 장담하기 어렵다. 이건 본인의 사퇴로 마무리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범 현대가족 그룹차원에서 근본의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오면 누구나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몽규회장의 아버지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대부 ‘포니 정’ 정세영회장이다. 그는 아버지 밑에서 경영을 배우고 뒤이어 현대자동차 회장에 올랐으나, 갑자기 주택사업을 가업으로 맡았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른 뒤 그의 회사가 이런 참변을 우리 사회에 폭탄처럼 연이어 안기고 있다.
안타깝지만 현대가문의 범 가족기업 차원에서 논의하여 회장의 거취가 아니라 사업의 거취를 정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교훈에서 보건대, 누구라도 무얼 덮고, 무얼 묻어서 쉽게 돈 벌려 하지 마시라. 그 가벼움과 알량함은 시간이 가면 다 벗겨지기 때문이다. 신뢰와 존경은 매립지가 아니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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