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난장판이 된 투자시장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10/15 [09:33]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난장(disorder)이란 어지러이 뒤섞여 뒤죽박죽인 상태를 말하며, 예전에는 과거를 치른 선비들이 과거를 마치고 과장 앞마당에서 서로 웅성거리며 서성대고 있을 때를 말한다고 역사는 전한다. 그런데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증시가 아주 난장판이다. 선진국 증시라는 독일증시도 하루에 걸핏하면 주가가 1-2%가 오르내리고, 좀 젊잖다는 덴마크 시장이나 스웨덴 증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중 금리가 마이너스인 이런 나라에서 하루에 주가 등락폭이 1-2%란 얘기는 천지가 개벽을 할 소리이다. 그런가 하면 인도나 베트남은 주로 오르기만 한다. 이 모두 코로나가 가져온 과잉유동성 탓이다.

 

돈이 너무 풀리고, 그것도 무상으로 마구 풀리는 마당에 주가나 집값이나 가치산정의 정교함이나 신중함이 작동하고 있겠는가. 이미 돈을 국가가 부득이 하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면서 각종 시장가격들은 고삐가 풀린 상태이다. 디지털 코인들이 코로나 이후에 극성인 것도 다 돈의 지출정당성이 공공재화하면서 무상재화하자, 엄중하던 돈의 법정 사유재화 가치가 기반이 흔들려서이다.

 

미국부터 이 많은 돈이 회수되거나, 각국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멈추지 않는 한, 작금의 금융시장 무질서 현상은 제어하기 힘들 것이다. 원래 예금과 대출을 담당하는 저축대부시장들에 비해 증권과 펀드상품을 다루는 투자시장이 불안정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실상은 저축대부시장도 걸핏하면 차입금 과다와 신용관리에 실패하여 수도 없이 은행들이 도산을 한다. 지금 은행부채도 위험수위이다. 그래서 사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금융권은 어디도 그동안의 신뢰를 거의 다 잃은 상태이다. 각국 정부가 뒤에 있어서 그나마 이용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의 금융통화제도의 불신이 오죽했으면 본데도 없는 비트코인이 ‘나도 돈’이라고 불쑥 나와 7천만 원을 호가하겠는가. 잘 배우고 반듯한 우리 청년들은 단돈 십만 원이 수중에 여의치 않은데, 가공의 디지털블록 작업가치가 그렇다니 참 돈이 돈이 아니다.

 

그런데 금융투자시장의 일탈과 투기적이고 공세적인 시장운용은 시간이 갈수록 그 위험이 도를 더하고 있어 과연 제도권 시장으로 존치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도무지 이론적으로도 가격 효율성이나 거래의 지속성을 입증할 수가 없고 장기적인 가치보존의 기대도 없다. 심하게 말하면 그저 하나의 거대한 도박장 같다.

 

지금 중국의 부동산개발사가 국제금융투자시장의 방아쇠가 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기가 막힌 것은 이 회사의 재무 난으로 인해 이미 국제적으로 불신이 극에 달한 2020년 연말에 그의 자회사 하나가 홍콩증권시장에 버젓이 상장을 추진한 것이다. 아무리 투자업체들이 벌어먹기 위함이라 해도 저 신용등급의 정크본드를 발행하는 문제기업을 증시에 상장시키는 짓은 막가도 보통 막가는 게 아니다. 본사 주가가 이미 1/10로 하락한 정크주식인데 이런 판국에 자회사 상장을 받아주는 홍콩증시도 제 정신이 아니다, 홍콩증시는 올해 5개월 연속 하락세이다.

 

시장경제나 자본주의가 만능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경제제도로 인정되고 있는데, 그 제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금융투자시장이 갈수록 투기적이고 찰나적이고 무 개념적이라 정말 실망스럽고 당황스럽다. 정말 어디 다른 대안이 있다면 투기탐욕과 역거래와 반대매매가 횡행하는 직접 자본시장은 차라리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도무지 증권시장이 산업발전과 기업성장에 도움을 주는지 이젠 그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주가도 제멋대로 불거져 나오고, 거래도 아주 단시일에 모든 발행주식이 한 바퀴를 돌기도 한다, 그동안 증권시장을 연구하여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술연구들은 날로 도박장이 되어가는 지금은 거의 존재감도 없다. 마코위츠의 효율적 프론티어나 MM의 CAPM, 로스의 APT, 블랙앤 솔즈 등의 연구를 학교에서 왜 그렇게 열심히 가르쳤는지 지금에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언제나 증시가 원하는 진행방향은 하나였다, 더 화끈한 시장으로, 더 자유롭고 가벼운 거래환경으로, 더 공세적인 매매구조로 자본시장은 더 저속하고 더 위험한 시장으로 늘 변해왔다, 그러는 사이에 수도 없이 시장이 망가져서 정부정책이 도왔고, 인근 금융통화시장이 돕고, 많은 선의의 투자자가 재산을 털리곤 했다, 사실 상장기업도 공연히 증시에 상장하여 극심한 고초를 자초한 경우도 하나 둘이 아니었다.

 

특히 2008년은 미국 거대 투자은행들이 줄 도산한 글로벌 자본시장의 사달로 인해 우리는 증시에 숨겨진 추악한 범죄와 세상에 대한 망동(impulse)이 극에 달한 지경을 보았다, 그러나 그 때도 정부의 막대한 나라 돈으로 증권시장의 실패를 막았다. 한데 이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정치도 이제는 공동의 가치를 찾기 어려운 제각각의 생존투쟁으로 변하는 것처럼, 증시도 모두 자기 생각만 가지고 오로지 개인의 탐욕 앞으로 제멋대로 나아간다. 그런데 이런 구조에서 집합상품을 만들어서 팔고 타인의 재산을 맡아 운용하는 일을 누가 신용 있는 대리인들의 행동가치라고 신뢰하겠는가.

 

그들이 고객에게 주식을 사라, ETF에 투자를 하라고 얘기하기 전에, 증권시장이 공동의 믿음과 선의의 협력과 개인의 적정한 가치기준으로 공준을 이룰 때 시장경제가 유지되고 발전한다는 점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냥 젊어서 부자가 되어 은퇴하라, 어린이도 주식을 사주라고 막 던지는 얘기는 남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직업인들이 자기들에게 돈을 맡기라고, 자기 먹고살자고 하는 소리로만 들린다.

 

코로나가 어찌 되어든 각국에서 형편껏 저마다의 일상회복 페이스로 돌아가는 국면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삶들이 이전의 친밀성과 직접성과 교류성과 활동성을 얼마나 회복할지 아무도 모른다. 혼자 숨어서 계속 소비하고 투자하고 대출하는 “ON-LINE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그런 그늘진 곳에서 오래도록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점차 각 나라의 통화당국들이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려고 할 텐데, 그 여파는 아주 은밀하고 개별적인 0N-LINE 삶의 일정한 후퇴로 번져 나올 수 있다. 원래가 개인적이고 비사회적인 일상에 잘 빠져드는 사람이라면 이번 코로나로 세상과 거리두기와 자기격리의 비사회적 삶이 더 깊게 자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다시 외부 중심의 직접 생활사회로 곧 일상이 돌아간다. 또 그래야 우리의 전통적이고 고유한 삶이 살아난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주가형성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코로나 시국에서 한껏 기업이익의 주가배수가 늘어난 제약바이오주의 PER이나 IT기술주나 운송택배주나 비대면 플랫폼사업주나 문화콘텐츠주 등의 PER은 거품이 빠지면서 상당기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앞에서 이끌던 바이오나 반도체가 선행할 가능성이 있으니 당분간은 이점 꼭 유의하시라. 이들의 저점매수 타이밍 찾기가 더 길어질 수가 있다.

 

요즘 코로나 끝물에서 오징어 게임이 문화한국의 위상을 기분 좋게 드높이고 있다. 우리 문화콘텐츠 사업의 일취월장과 값진 성공을 축하하지만, 이 일을 주도하는 기업은 코로나로 큰돈을 번 영상스트리밍 회사인 넷플릭스이다. 이번 일은 코로나 비대면 상황의 정점에서 만난 사업의 수확이다. 넷플릭스는 과거 몇 십 달러하던 주가가 코로나 시국에서는 600달러가 넘고 시가총액이 300조원이 넘는다. 사실 그 뒤에는 많은 오프라인 콘텐츠 제작자의 몰락과 극장의 파산과 길거리 공연자들의 눈물이 있다. 그러나 이런 영상스트리밍 사업자들의 벼락같은 성공도 코로나시국에 거두어들인 과도한 성과로서 곧 피크를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삶은 꽤 어려움은 있겠지만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간다.

 

혹시 누가 이런 깜짝 성공을 보고 이 뒤를 따르려는 후속 아이디어를 낸다면 부디 밝고 건강하고 모두에게 권할만한 선한 가치가 있는 유쾌한 삶의 주제를 그린 작품이 나오길 빌며, 부디 on-line 만이 아닌 무대와 극장에서도 만나는 오징어이길 빈다.

 

우리 증시도 그렇지만, 글로벌주가의 장래는 이제 세계적인 코로나 접종확산과 점진적인 일상회복 조치와 함께 점차 안개가 아닌 폭풍(storm) 속으로 들어가는 인상을 준다. 어쩌면 꽤 긴 시간을 일상회복과 주가는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

 

초보자들은 당분간 위험자산과 해외자산과 가상자산 투자를 조심하시라. 만약 이게 길어지면 주택시세에도 그림자가 갈 수 있다, 마침 미 하원에 부채상한선을 제한하는 법안도 나와 있어서 혹시 부채를 낀 투자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국민들은 다음에 주식시장에 올 때는 자신의 위험선호 체질을 잘 알고 참여하시라. 여긴 롤러 코스트이자, 내가 홀로 가야하는 긴 여정의 벼랑길이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이동
메인사진
포토뉴스
전정희가 만난 사람 ‘라오스의 숨은 보석, 씨엥쿠앙’
이전
1/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