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 엄길청]
미국이 코로나이후에 아연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우왕좌왕하던 코로나 초기의 미국방역 현실을 본다면 이런 세련된 경제성과가 믿기지 않지만, 2021년 연말의 미국 주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들은 2022년 주가도 낙관론자가 많다.
미국은 코로나 이후 5%-6% 내외의 성장률을 2년째 유지하고 있다. 인구가 3억 명이 넘고, 국민소득이 6만 달러의 나라로 경제규모가 세계의 24%이 넘는 나라가 어떻게 한해에 개도국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는가. 마치 거인이 춤을 추는 형국이다. 이러다간 중국과 성장률 역전도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그 해답은 미국의 민간소비에서 나온다. 미국 민간소비는 세계 GDP에 17%를 차지한다. 중국경제가 세계 GDP의 16%인걸로 보아 미국 인구에 비하면 미국 소비의 위력은 절대적인 힘이다,
그러나 미국은 과연 이대로 좋은가. 미국은 확장적인 재정지출로 가계소득을 올리게 하고 다시 가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여 주면서 소비를 확대시킨 경우이다. 한마디로 미국 가계는 이미 국가경제 성장의 도구적 기제(mechanism)이다.
그들이 가계소비를 성장도구로 삼은 것은 대량생산의 덫에 걸린 뒤이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은 생산속도와 생산량의 급증으로 재고와 가동률 저하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기업은 생산보다 판매마케팅이 더 부각이 되고, 재고세일이나 갖가지 소비자금융이 생겨나게 되었다. 팩토링금융업이나 카드금융회사나 생산자의 렌탈사업이 이런 배경으로 성업을 하게 되었다, 자연히 생산은 감소하고 가동률은 낮아졌다.
결국은 그 틈을 타고 대형 수입판매 매장이 나타나 미국은 돌이키기 어려운 무역역조의 나라로 변했다. 우리의 현대차가 이 때 미국에 저가할부로 등장을 했고 삼성전자의 전자레인지가 매장에서 날개를 달았고, LG전자는 TV로 인기를 모았다.
급기야는 24시간 수입저가품을 잠도 안 재우고 판매하는 외곽의 창고매장 월마트와 코스트코, 홈데포, 타켓트 등이 나타나 도시의 고급백화점으로 오래 성장한 판매의 맹장 K-마트는 장렬히 파산을 했다.
한데 코로나가 각자 집에서 애플 모바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문하고, 아마존이 배송을 하거나 넷플렉스가 화상으로 보내주는 소비패턴으로 변하자 온갖 결제서비스가 바짝 달라붙어 소비금융을 즉시 공급하면서 오늘의 소비열풍을 가져온 것이다. 반도체가 그 와중에 발밑에 불이 난 것이다. 거기에 롱비치 항구의 컨테이너 하역적체도 물가상승에 한 몫을 했다. 그게 오늘날 코로나 속의 느닷없는 인플레가 나타나 경제의 진상이 된 이유이다.
2008년부터 미국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해결사로 풀어놓은 돈이 2014년부터 소비로 넘어와서 2010-2013년까지 연평균 1.7%의 민간소비 증가율이 2014년부터 코로나 전까지 5년간 3%의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 경제성장에 85%를 소비가 기여했다.
이 소비는 다시 미국의 대중 일자리 증가로 넘어가서 시중의 임금이 올라가고 근로소득이 늘어나서 2008-2009년에 0.4%의 가계 실질가처분소득 증가폭이 2014년부터 코로나 전까지는 5년간 3.4%로 연평균증가율이 크게 올라갔다. 미국은 재정을 풀면 경제가 바로 살아나는 가계소비 매카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바이든이 당선되자 바로 미국 주가가 급등한 이유도 그가 선거에서 2조 달러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공약한 미국재정 발 호재기대감 탓이다.
얘기를 돌려서 가장 잘 살고 가장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이란 나라를 살펴보자. 나라의 역사는 무려 800년이 넘는다. 면적은 성남시만 하고 인구는 37,000명이다. 국민소득은 세계 1등으로 머지않아 20만 달러를 향한다. 미국의 3배가 넘는다.
그런데 그들은 밀만 수입을 하고 대체로 농산물도 자급자족의 생산형 국가이며, 농업 7.1%, 공업 42.8%, 서비스업 50.1%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재능이 있는 이 나라 사람들은 인근의 스위스나 오스트리아가 가서 큰돈을 벌어오고, 자국에 필요한 노동인력 35,000명 중의 17.000명은 인근의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서 매일 일하러 이 나라로 넘어 온다.
건설공구로 유명한 힐티(HILTI)가 이 나라 회사이고, 치과 의료기기의 명문기업 이보클라 바비덴트가 이 나라 기업이다. 세계 틀니의 20%는 이 나라 제품이다. 금속가공, 화학, 광학기계, 전지, 정밀기기, 건자재, 접착제 등의 유능한 제조회사가 이 작은 나라에 있다. 수출이 수입보다 2.5배나 많다. 법인세가 비싸지 않아서 이 나라에 등록된 기업이 73,000개나 있다. 종합소득세를 다 해서 최고 29%정도이고, 증여나 상속도 1% 미만의 세금을 받는다.
당장은 코로나 극복이 초미의 대사이지만, 이 또한 지나면 각자 살아가는 문제를 만나야 한다. 이미 너무 힘든 국민들은 거리에 나와서 저마다의 입장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불평등의 문제를 들고 나온 시민들도 있는데, 이게 아마 시작일 게다.
우리는 미국이 이끄는 소비형 경제로 가기도 어렵고, 리히텐슈타인 같은 생산형 국가로 가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수출과 투자의 모델을 더불어 가지고 있다 보니 주로 새로운 돈의 흐름이나 기회가 지식층과 대기업에 집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주가도 그런 셈이다. 지식근로자가 많은 대기업의 주가가 높다.
요즘 재무투자에 참여하는 젊은 국민들이 미국과 증국 주식을 많이 산다고 한다. 아마 앞에서 언급한 소비 매카니즘의 관련 기업일 가능성이 많다. 빅 테크 기업들이 주로 그렇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 정부가 마냥 소비만 자극하려고 재정을 늘릴 수만은 없다. 우선 물가도 잡아야 하고, 미래 산업기술에 투자도 지원해야 한다,
소비자극형 경제는 어디서 불어오는 자연의 바람이 아니라, 평지에서 일으키는 바람과 같다, 그래서 한시적이고 범위도 제한적이다. 지금 미국의 높은 경제성장이 전 세계에 잘 퍼지지 않는 것도 그렇다,
당장 중국은 내년에 성장률이 6%대 이하로 내려와 향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사실상 중진국함정(middle income trap)의 소지도 엿보인다. 새해에 미국, 중국 모두 해외주식 투자를 우리 청년들이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코로나로 인해 안전해질 때까지, 이젠 국가나 지역이나 가정이나 동선을 좁히며 각자 도생의 시간이 기다린다, 우리도 할 수만 있으면 지역마다 리히텐슈타인 같은 강소국 발전모델로 갔으면 한다, 이런 동네국가가 1만개 쯤 있으면 미국 크기만 하다.
우리나라도 시군구가 460여 개, 읍면동은 5천여 개나 된다. 청년들이 성급한 금융투자나 주택구매보다는, 내 고장 공헌과 지역사회 발전에 함께 손잡고 창의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부모들과 기업과 정부가 일정한 세제혜택과 지역자본을 제공해 주면서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진국일수록 청년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이 청년생존의 최적의 회랑이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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