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리만 사태의 그림자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10/25 [10:32]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1990년대 후반의 글로벌금융시장은 아시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과 유럽 선진권에서 더 확대된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환경을 만들어 주어 국제유동성이 아주 풍부한 시기였다. 게다가 한국 등 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이 일제히 외환위기에 빠지게 되면서 당시에 늘어난 그 돈들은 무형공간의 신사업인 인터넷으로 빨려 들어가고, 새로운 저가의 세계 공장지대로 등장한 중국으로 향하게 되어 마침내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과 중국으로의 실물투자가 급증하던 시기로 이어진다.

 

이 시기에 미국은 정보기술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확장되는 시기와 겹치게 되었다. 바로 인터넷 콘텐츠 사업이 싹을 틔우는 시점이고, 아마존도 그런 시기에 나타났으며,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이 시기에 스탠포드대학에서 마침 인터넷 공부를 하면서 교내 인큐베이터인 인포 랩(Info Lab)에서 창업을 연구하고 있었다.

 

인터넷 도메인 하나가 엄청난 가격을 호가하던 시절이어서 요즘 유튜브 늘어나듯이 후일 소용도 없는 도메인들이 눈덩이처럼 증산되었다. 정보기술은 컴퓨터의 발전과 같이 온 산업기술의 궤적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국제금융환경의 풍요로움이 제공한 투자공간을 더불어 누린 행운아이다.

 

결정적으로는 1980년 초반부터 미국 대학에서 확산된 컴퓨터의 분산적 소프트웨어 학문이 벤처투자시장으로 나오면서 퍼스널 컴퓨터와 모바일을 거쳐 오늘의 비트코인으로 분산정보기술이 날개를 달고 숨 가쁘게 달려온 것이다. 작금의 분산원장 기술은 오늘의 정보기술 정점이자 총아이다, 그 피크에서 우리는 블록체인과 탈중앙화의 분산원장 기술 위로 등장한 비트코인이 미국 공식투자시장에서의 ETF선물거래를 허가받은 소식을 만난다.

 

결국 오늘날 정보경제 에너지의 동력은 분산이고 확산이고 증산이며, 그 내부를 돌리는 성장의 개념은 속도이고 연결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실제 경제동향에서는 오늘의 매력이자 미래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도 같은 개념으로 (개인의 자유로움이 극에 달해) 등장해서 인류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듯이, 어느 날 중앙에서 더 분산된 정보기술은 한번 잘못되면 모두 연결되고 확산된 국제경제 구조를 대폭발의 비극으로 초대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2008년 주택모기지 사건도 사실은 그랬다. 점점 외연이 부실대출처로 더 세분화하는 이용자 분산이 만일 어디선가 폭발하면 반드시 전체와 중앙으로 피해가 동시에 간다. 당시 많은 미국 투자은행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저 신용 등급에게 까지 모기지 대출이 지나치게 분산되면서 개인대출자들에 대한 중앙의 신용관리가 복잡해지고, 결국 주택가격 하락과 시중 자금난이 오자 지나치게 분산된 개인들의 대출상환 신용관리 난맥과 자금부족으로 시장이 파산했다. 이런 점을 보아도 탈중앙화가 일면 우려스러운 것은 분산과 개별화가 가지는 타인에의 무책임성과 자기 내면의 도발성 내재이다.

 

적어도 인류의 생존과 승계는 강한 내부결속과 공동가치의 이해와 수용이었다. 가족, 씨족, 부족, 지방, 국가는 다 그런 거주문화와 생활문명의 사회적 산물이다. 한 강력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은 한정된 자유와 평등이 제공되듯이, 정보나 돈이나 여론이나 즐거움은 구성원으로서의 개인들이 국가나 공동체의 공준개념과 행동율과 정신가치의 룰 속에서 약속된 자유로움이어야 지켜지고 오래간다. 이번 코로나 수습과정에서도 자유세계나 공산국가나 모두 강한 정부의 역할과 국민들의 순응으로 생명이 지켜지는 것을 보았다.

 

블랙록이란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회사가 지금 기술주와 중국투자에서 열일을 하고 있다. 이 회사도 분산과 확산의 시기인 1998년 당시 사모펀드인 블랙스턴의 자회사인 자산운용부문에 있던 래리 핑크가 동료 7명과 같이 세웠다. 그들도 투자시장의 조직분산 시대에 공격적인 개별수익 목표추구를 가지고 분사되는 자산운용시장의 신규참가자로 나온 것이다.

 

그들은 자산운용을 고객들의 투자결정이 용이한 S&P지수추종ETF, 미국 장기국채ETF, 배당성장 ETF 등으로 손님을 모아서 일약 글로벌 1등으로 성장을 했다. 이 역시 종목분산보다 더 용이한 방식으로 중간 집합상품을 번들(bundle)로 만들어 실제는 더 많은 투자상품의 판매효과가 가능한 고객접근 방식을 경영전략으로 채용한 것이다. 사실 ETF는 자산운용사의 고객접근을 위한 영업방식이지 자산투자 성과에서 안전하고 수익이 보장되고 입증된 투자의 지혜로는 아주 제한적이다.

 

따라서 그들은 세 가지의 전제가 있어야 한다. 미국 주가는 늘 올라야 하고, 미국 금리는 장기적으로 내려야 하고, 미국 소비자는 빚으로 늘 소비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만일 미국인들이 이런 구조에서 오래 살면 미국은 가계저축이나 가계부채 탕감은 불가능하다. 근면하게 일하여 소득을 알뜰히 모으고, 좋은 품질로 생산하여 유용하게 사용하고, 생활소비는 검약하게 절약하는 미국 독립정신이나 그들만의 기독교적 사회정신 가치는 오늘의 1등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의 경영철학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그 회사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주가는 더 오르고 특히 기술주가 연말까지 더 오를 거라고 주장을 했다. 물론 주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1등 자산운용사의 투자 최고결정권자가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무래도 분산경제의 기류를 탄 허장성세(bluster)같다.

 

그들은 지금 1경원에 가까운 국제적인 자산을 분산하여 가지고 있다. 테슬러나 비트코인도 많이 가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한 배를 탄 듯하다. 그들은 여기서 국제경제가 줄어들거나 약해지면 가장 곤란해지는 투자회사이다. 블랙록은 중국에도 많은 돈을 투자해 놓았는데, 여기서 중국경제와 주가가 멈추면 그들은 정말 난감해진다. 또 자산규모에서 6-7등 쯤 하는 (특히 실적보다 연봉 높은 CEO로 알려진) JP모건의 CEO인 제이미 다이먼도 최근 미국 주가는 더 오른다고 군불을 지피고 있다.

 

그들의 대선배이자 자신의 헤지펀드를 스스로 해체하고 은퇴한 조지소로스는 이런 후배들을 크게 비난했다. 지금 중국과 기술주에 더 투자하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정보기술과 인터넷이 개인분산의 시대를 연 뒤로는 모기지로 금융시장이 폭망한 2009년과 잠시 금리를 올린 2015년 빼고는 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이고 장기국채 금리는 우하향인데, 그런데 와중에 주가는 대체로 우상향이다. 국가 경제상황이 이러면 청년이나 생산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증가하지 않고, 가정이나 개인들은 소비자와 차입자로 주로 살아가게 된다. 거기다가 연일 정보기술도 모두 상품검색과 결제시스템과 개인차입 위주로 진화하고 발달한다.

 

그게 정보과학의 분산개념의 기술구현이 가져다 준 미필적 함정이고 미래적 폭탄이다. 이제는 비트코인까지 가세했으니 개인들이 건전하고 생산적인 근로자로 돌아갈 길은 점점 차단되고 있다. 생산성과 수율에 관심이 높은 생산기업은 지능자율생산으로 자체 혁신하고 있어 직장을 통한 미국 국민들의 개인재정의 건전화 기회는 점점 불투명하다. 그러니 미국인들은 더욱 돈 놓고 돈 먹는 재무소득 창출에 매달리며 부채증가와 주식투자나 주택구입에 무리를 한다.

 

이 배후에서는 정보사업자와 학교연구자들이 블록체인, 트러스트 콘트랙트, 파일링 등의 탈중앙화 정보기술을 더욱 연구하여 갈수록 용이하게 계속 낮은 신용도의 금융시장 구성원들에게 분산비즈니스 지원을 한다. 그러나 이런 분산화 기류의 심화추이가 길어지면 개인들의 재정파탄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금융공학이 현란한 파생상품을 연결하여 만들었다가 폭발한 2008 리만사태는 그리 오래된 비극이 아니다.

 

각 국가는 더 이상 공격적인 탈중앙화의 거래분산화 기능의 허장성세에 깊이 빠지지 않도록 여기서 적절히 금리를 올리고 초과된 채권매입도 중단해야 한다. 그래서 테이퍼링은 지금 꼭 필요하고, 주택이나 금융시장과 정보기술 산업에 반드시 경각심을 심어 주어야 한다.

 

설령 경제회복이 느리고 어려워도 위드코로나 이후 국제경제는 다시 국가와 국민들의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사회협업과 자기헌신과 일상통합 속에서 실제의 실물경제 효율과 인적생산성 혁신으로 일어서야만 진정한 회복이며, 후일 긴 역사로 이어지며 지구경제 번영은 다시 건전하게 오래갈 것이다. 지금 미국 증시는 이들의 말대로 좀 더 오를 수 있겠지만, 이미 탐욕에 빠진 거대투자자들이 만드는 무책임한 ‘자가발열’인 것 같아 후일이 우려스럽다. 당분간 해외투자는 정말 조심하자.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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